멋 대결 대세이던 유통업계
승부는 이제 맛

과거 백화점하면 `멋`의 상징이었다. 그 중에서도 식당가는 쇼핑을 다한 뒤 혹은 중간에 식사를 하는 부수적인 공간으로 인식됐다. 그런데 이제는 일부러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맛집을 찾기위해 쇼핑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유명 요리의 `원조`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지역 백화점·유통업체 유명먹거리 유치에 적극 나서

지역 건설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양모(32·북구 장성동)씨는 `단팥빵 매니아`다. 취미는 맛집탐방. 주말이면 소문난 빵가게를 찾아다닌다. 서울, 대전, 부산,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서 유명한 빵이란 빵은 대부분 먹어봤다. 그중에서도 대구 `근대골목단팥빵`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꽃놀이도 하루 이틀. 주말마다 교통체증 때문에 스트레스받으며 이동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취미를 바꿔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는 최근 “속 시원히 해결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양씨는 “백화점에 평소 좋아하던 단팥빵 매장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면서 “멀리 가지 않아도 집 가까이서 언제든 빵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심지어 평일 퇴근 후에도 빵을 사간다. 힘들게 줄 서서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먹을 수 있어 더욱 맛있다”고 말했다.

1일 롯데백화점 포항점에 따르면, 최근 매출 신장률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식품관 매출은 지난 2014년 -3.4%, 2015년 4.7%, 2016년 6.3%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먹거리 매장으로 꾸린 식품관이 전체 매출 신장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포항점은 식품트렌드를 살피고 유명 레스토랑이나 디저트전문점을 매장 내 유치하는데 적극적이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8월 지하 1층에 문을 연 대구 근대골목단팥빵은 팥과 호두를 넣어 식감이 좋고 고소한 맛으로 고객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 의류·스포츠 매장 등 실적부진에도 식품관 매출 꾸준한 오름세

오충균 홍보실장은 “스포츠, 남성의류 매장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식품관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면서 “먹거리가 백화점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매력적 요인인 만큼 어떤 매장을 입점시킬지 심혈을 기울여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요즘엔 마트에도 쇼핑 대신 먹으러 가는 추세다. 각 대형마트가 자체브랜드 경쟁력을 내세워 출시한 피자, 베이커리, 간편 식품을 비롯해 푸드코트 인기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마트 노브랜드는 `이름표 없이 이름값 하는` 먹거리로 인기몰이 중이다. 감자칩, 초콜릿, 젤리, 쿠키 등 주로 간식거리들이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얻으면서 포항이동점에서도 품절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쇼핑몰 먹거리가 소비자 발길을 끄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식품 관리위생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직접 조리한 식품을 종종 구입하는 시민 A씨는 “최근 마트에서 족발을 사서 집에 갖고 와 펼쳤더니 메뉴판 사진과 너무 다른 실제 음식 모양새에 크게 실망했다”면서 “먹으러 쇼핑몰 가는 세상에 식품매장이 경쟁력을 얻고 이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품질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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