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윤 학

진달래 산수유 꽃물 든 산을

지방천방 들뛰며 혼령을 깨워

사향노루 목을 따서 피를 마시고

꿈틀꿈틀 휘돌아 뭉쳐진 산이

벗어도 벗어도 몸을 감아와

양지에서 맥쩍게 술을 마시고

노루를 베고 누운 산 너머 하늘

헤헤롱 아지랑이 흥건한 자색 구름

진달래 산수유 꽃물 든 꿈에

노루는 자꾸 울며 숨을 달래고

봄이 무럭이 번진 산의 풍경을 시인은 우리의 몸에 비유해서 시를 풀어가고 있다. 산은 진달래 같은 화사한 봄꽃뿐만 아니라, 노란 빛의 산수유꽃을 피우고 노루의 피를 마시며 계절의 절정에 이르고 있음을 본다. 이맘때쯤의 봄 산은 꽃물에 젖고 진한 생명의 수액에 젖는 것이다. 시인은 그런 봄산으로 우리를 데려가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