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페미니즘벨 혹스 지음, 이경아 번역문학동네 펴냄·사회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문학동네)은 미국의 대표적 페미니스트이자 사회운동가 벨 훅스가 요령부득한 학술용어만 가득한 두껍고 난해한 책이 아닌, 간결하고 명확해서 대충 건너뛰며 읽지 않아도 되는 친절한 페미니즘 입문서를 꿈꾸며 직접 써내려간 책이다.

미국에서 첫 출간 후 20년 넘게 페미니즘 교과서로 활용되고 있는 페미니즘 분야의 고전이라 할 만한 이 책은, 과거 국내에 `행복한 페미니즘`이라는 제목으로 한 차례 출간됐으나 절판됐다. 2015년 미국에서 출간된 개정판을 저본으로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펴내며 원제를 살리고 번역 또한 새로이 했다. 본문 뒤에는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의 해제를 실었다. 권김현영의 해제는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페미니즘 열풍을 차분히 되짚으며 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이 책이 유효한지 그 의의를 짚어본다.

벨 훅스는 페미니스트 하면 한 무리의 성난 여자들, 남자를 혐오하는 여자들이라는 편협한 이미지를 곧장 떠올리는 사람들의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녀는 특유의 직설적인 문체와 통쾌한 논리로 여성의 몸, 여성에 대한 폭력, 연애와 결혼, 양육, 일터에서의 여성 등 여성의 삶 전반에 걸친 페미니즘 정치와 그 실천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여성과 남성을 포함한 모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보여주면서 페미니즘 운동이 `남성혐오운동`이 아닌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기 위한 운동`임을 강조한다. 또한 페미니즘 운동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게끔 돕는, 나아가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하는 해방운동임을 보여줌으로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전한다.

벨 훅스는 여자라고 무조건 페미니즘 정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며, 가부장제 사회에 사는 그 누구라도 성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페미니즘이 반대하는 것은 `남자`가 아닌, 남성중심주의임을 거듭 강조한다. 따라서 그녀는 페미니즘적 각성을 중요하게 본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제적인 가정에서 자라면서 자기혐오에 시달리는 십대 소녀였던 그녀는 페미니즘을 통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한편, 착취나 억압 체계의 피해자가 돼 거기에 저항한다고 해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혹은 이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대중매체나 주변 환경, 부모에 의해 성차별주의적 가치를 받아들이도록 사회화됐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태도가 중요함을 역설한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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