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40분 뒤늦게 접수
법원, 마약사범 석방 조치
검·경 수사권 논란 와중에
대선후보도 공약화 설상가상

경찰이 검거한 마약 사범에 대해 검찰 직원의 어이 없는 업무 실수로 법원에 청구해야 할 구속영장의 처리 시한을 넘기는 바람에 영장전담판사가 이를 기각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일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가 최근 조기 대통령선거에서 쟁점이 된 현실과 맞물리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법조계 안팎에 따르면 대구북부경찰서는 최근 대구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와 함께 40대 후반의 여성 마약 사범 1명을 검거해 조사를 펼쳐 지난 16일 대구지방검찰청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수사기관으로 부터 영장이 청구되지 않으면 석방하게 돼 있다.

대구지검의 사건 처리는 담당 검사가 결재할 당시까지만 해도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문제는 서류를 넘겨받은 담당 직원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직원은 피의자의 구속영장 청구 시한이 오후 5시 20분으로 정해졌음에도 착각한 나머지 40분이 경과한 18일 오후 6시에 서류를 접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방법원의 영장 전담 판사는 서류를 검토하던 중 해당 사건이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문제를 확인, 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자가 저지른 혐의의 위법 여부와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와 무관하게 검찰이 구속 절차를 위반해 인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이 우선한 것이다. 결국 경찰이 검거한 마약사범은 영장기각으로 이날 저녁 바로 석방됐다.

사건을 보고받은 전현준 대구지검장 등 검찰 수뇌부는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대선을 불과 20여일 앞둔 시점에서 검경의 수사권 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앞서 불과 20여일 전에도 이 같은 업무 착오로 물의를 빚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금천경찰서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중국인 조직원 2명을 긴급체포해 서울남부지검에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 직원의 실수로 영장청구가 한 시간여 늦어져 기각됐다.

한편, 이번 대선 후보 대부분은 검경의 수사권 조정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영장청구권의 주체를 현행 `검사`에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권`으로 명시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인 대구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이번 일로 인해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은 분명하다”면서 “중요한 점은 대선에서 쟁점이 된 현실과 무관하게 인권 보장과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해 전문가 의견과 국민 여론을 수렴해 가장 합당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곤영·심상선기자

    이곤영·심상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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