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구 경

그 사거리 지나 계단 아래 사람들

밀양 부산 조치원 서울역

노숙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잠이 든 저렇게 많은 사람들

차가운 시멘트바닥에 쓸리는 나뭇잎들

햇살이 먼지를 먼지가 햇살을 부둥켜안 듯

소주병과 박스와 신문지

이렇게 많은 비천한 몸뚱이들

이미자의 노래던가

물큰 배부른 여인네의 양말 밖으로 비치던 노래

저렇게 많은 누에들

타고 떠나지도 못할 거면서

막차 앞에서 막차를 기다리며

지하도 계단 아래 폐박스나 신문지를 깔고 눕는 노숙자들을 바라보며 시인은 시대의 아픔을 느끼고 있다. 고향으로 떠나는 막차는 부르릉 거리고 있는데 그 차를 타고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시대가 양산해 내는 이러한 모습들에 대한 시인의 고발을 읽으면서 씁쓸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