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가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6개월 가까이 이어져 온 `국정 농단`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한때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우상이었던 걸출한 정치인이 법정에 서게 된 불행한 역사에 즈음하여 새삼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재판과정을 통해서 미처 다 드러나지 않은 `국정농단`의 실체적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길 기대한다. 이 땅에 다시는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혁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구속 이후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다섯 차례 구치소 방문 조사를 벌여가며 혐의 입증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뇌물수수·공무상 비밀누설·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13가지에 달한다. 박 전 대통령 기소의 최대 쟁점은 뇌물수수액이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298억원(약속한 금액 43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만을 우선 적용했다.

그러나 보강수사 결과 SK, 롯데가 대가성이 의심되는 돈을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건네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뇌물 액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SK(30억원)와 롯데(70억원)의 추가 지원금이 모두 뇌물공여로 인정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은 100억원 늘어난다.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정식 재판은 공판준비기일 등을 감안했을 때 오는 5월 9일 대선 이후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끝내 권좌에서 끌어내린 부조리가 비선실세 최순실이 저지른 국정농단이라는 것은 이제 온 국민들이 다 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정치쟁점이 돼 한없이 부풀려지면서 아직 그 전모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무한정 제기된 의혹과 무차별 폭로와 억지주장이 뒤범벅이 돼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문제가 발생한 이후 많은 국민들이 원했던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진솔한 고백과 사과였지만,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그 과정에서 `박근혜`라는 인물에 대한 비밀이 많이 밝혀졌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왔던 수많은 사람들이 실망의 탄식을 쏟아내기도 했다. 되돌아보면 불운한 인생사를 겪어왔던 한 인물이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까지 떠밀려 올라가게 된 야멸찬 정치세계의 민낯이 야속하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재판정에 서게 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숨은 진실을 들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그로부터 변명이든 해명이든 빠짐없이 들어주어야 한다. 단지 흥미 때문이 아니라, 다시는 이 땅에 동일한 불행이 거듭되지 않게 하기 위한 교훈을 찾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법정에 서게 된 엄청난 상실의 대가는 혁혁한 쇄신으로 매듭지어져야 한다. 끝내 수의(囚衣)를 입고 만 박 전 대통령의 처지가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