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재 철

라이브 화면 바그다드에는

탱크와 사막의 누런 흙먼지와

밤이면 충격과 공포의 크루즈 미사일

지옥의 불기둥이 치솟지만

꿈속인 듯 거리를 걸으며

주머니 속 동전 만지작거리며

나는 무력하다

(….)

이명처럼 시내 곳곳에서 총성이 울리고

봄의 한낮 가위눌린 꿈처럼

나는 무력하다

천지에 봄이 와서 움츠렸던 목숨들이 기지개를 펴고 되살아나는 때에 세계의 화약고 바그다드에는 끔찍한 살육의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념과 종교적 신념의 차이에서 비롯된 이러한 전쟁은 신이 부여한 생명의 질서를 파괴하고 참살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운 생명들이 무참히 짓밟히는 것들에 대한 비애와 공포가 밀려와도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시인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