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 록

남자나 여자나 한때 천사였기에

날갯죽지에 아직도 깃털이 솟는다만

새는 외려 훨훨 날기 때문에 겨드랑이에 솜털뿐인 거여

여자들이 겨드랑이 깃털을 다듬는 것은

사내들보다 더 천사에 가깝기 때문이지

여자는 죽을 때까지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단다

아파트든지 백화점이든지 높은 층수만 보면

날아오르려는 아내를 나무라지 말거라

죽지는 꺾였지만 이 어미도 칠순 천사다

참 재밌는 시 한 편을 본다. 이정록 시인의 많은 시들에 어머니와의 대화 혹은 어머니에 대한 재미난 서사가 나타나 있다. `여자는 죽을 때까지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는 한 줄의 시에는 세상의 여자들, 아니 인간의 욕망이 잘 표현되어 있다. 칠순 노모인 어머니 자신도 평생을 상승욕구를 품고 사는 여인 중의 하나라는 의중을 `이 어미도 칠순 천사다`라는 시의 끝머리에서 읽을 수 있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