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재 학

보아서 보이지 않던 것

들어서 보입니다

여문 쌀알 같은

잘 익은 말 한 톨

허공은 등불을 켜고

울음은 길을 열어

뿌리가 곧추서는 숲

새소리가 눈부십니다

가슴에서 가슴으로

말의 빛이 빛나는 공간

꽃빛보다 고운 것은

말빛입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아름다움보다 말로 전해지는 아름다움이 더 빛나고 깊다는 시인의 인식에 동의하고 싶은 아침이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말로 들어서 그 뜻과 의미가 더 깊게 전해져오는 경우가 많다. 그야말로 복음인 것이다. 시인은 시로 빚어낸 언어를 꽃빛보다 더 고운 말빛이라고 칭하고 있다. 말빛이 거느린 환한 그늘이 깊고 넓기 때문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