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대 수

천 번의 구애 끝에 사랑을 얻은 수컷사마귀가

물어뜯긴 생식기를 움켜잡고 비릿하게 우는 밤

외양간에는 수컷의 그것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만삭의 소가

어둠의 모가지를 쥐어틀며 몸을 푸는 밤입니다

자궁을 열고 세상 밖으로 던지는 첫 화두

음 메,

아비 없는 후레자식의 울음입니다

방아깨비가 달 속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밤

마당가 알곡이 두둥실 떠다니는

환한 밤입니다

시인은 조금씩 다른 네 개의 풍경을 제시하며 살아온 자신의 한 생을 가만히 관조하고 있음을 본다. 수컷 사마귀가 비릿하게 우는 밤이랄까, 인공 수정된 만삭의 소가 몸을 푸는 밤이랄까, 이런 밤의 풍경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삶이 비슷하다고 느끼고 있다. 어쩌면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어떤 힘에 의해 운명 지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시인은 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