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태 정

물푸레나무, 그 파르스름한 빛은 어디서 오는 건지

물 속에서 물이 오른 물푸레나무

그 파르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물푸레나무빛이 스며든 물

그 파르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빛깔일 것만 같고

또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갖지 못할 빛깔일 것만 같아

어쩌면 나에겐

아주 슬픈 빛깔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지가 물을 파르스름 물들이며 잔잔히

물이 가지를 파르스름 물올리며 찬찬히

가난한 연인들이

서로에게 밥을 덜어주듯 다정히

체하지 않게 등도 다독거려주면서

묵언정진하듯 물빛에 스며든 물푸레나무

그들의 사랑이 부럽습니다

물푸레나무는 `물을 푸르게 하는 나무`란 뜻의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나무다. 어린가지의 껍질을 벗겨 물에 담가보면 파란 물이 우러난다. 물푸레나무는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산속의 크고 작은 계곡 쪽에 아름드리로 자라는 갈잎의 큰 나무인데 시인은 이러한 고운 빛깔로 물들이고 물드는 나무의 속성을 읽어내고 있다. 세상을 푸르게 만들고 때로는 겸허히 자신을 들여다보며 묵언정진하는 물푸레나무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시인 정신이 비쳐진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