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범보수 후보 단일화가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각각 대선주자로 확정된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백기투항` 또는 `조건부 단일화` 등을 주장하며 힘겨루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두 후보 모두 경선과정에서 보수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만큼, `진전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우선,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유승민 후보에게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며 `바른정당 전체가 한국당으로 복당할 것`을 요구했다. 홍 후보는 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탄핵의 원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으로) 없어졌다. 탄핵 때문에 분당했는데, 탄핵이 없어졌으니 분당할 구실이 없다”며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를 향해 “어린애처럼 응석 부리지 말고 조건 없이 돌아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 청산 요구에 대해 홍 후보는 “쫓아낼 당헌·당규가 없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홍 후보의 요구에 유 후보와 바른정당 측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 후보는 지난 1일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당은 전혀 바뀐 게 없고, 그쪽 대선후보로 뽑힌 분은 출마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거부감을 나타냈다.
바른정당 측도 사실상 단일화가 물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한국당이 도저히 단일화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한국당의 변화가 있지 않고선 단일화 없이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유승민, TK 적자 논쟁도
보수 후보 단일화와는 별도로, 홍준표·유승민 후보의 대구·경북 쟁탈전도 가속화되고 있다.
유 후보는 지난 1일과 2일 지역을 찾은데 이어, 3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유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프레임에 갇혀 대구·경북 민심을 얻지 못하는 만큼 이를 정면돌파하겠다 방침을 세운 것을 알려지고 있다.
유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서문시장에서 하루를 머물면서 지역민들을 만나 설득할 것”이라며 “경북 역시 김무성 전 대표의 영향력이 남아 있다. 김 전 대표와 유 후보가 서로 힘을 합쳐 대구·경북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도 당 사무총장에 이철우(김천) 의원을 임명하는 등 TK 쟁탈전에 가세한 상태다. 이와 관련, 홍 후보는 4일 대구·경북 선대위 발대식을 가진 뒤 출마선언했던 대구 서문시장을 다시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홍 후보는 “한 때 우리 당 지지율이 40%를 넘었는데 지금 부끄러워서 다 숨어버린 상황”이라며 “그걸 복원시키는 작업을 한 뒤 공격적으로 대선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호·박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