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는 하지만 많아도 너무 많다. 정당도 많고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은 더 많다. 인지도 하나 믿고 대통령이 다 된 듯 다른 후보들은 물론 국민들을 가르치려드는 꼴불견 사람부터 지역 일은 다 제쳐두고 대선에 올인 한 사람들까지 대선 판은 한마디로 도떼기시장 같다.

그들과 시전 상인들 사이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간절함이다. 대선 판에 뛰어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기가 이 나라를 구할 최고의 적임자라고 말한다. 자기가 아니면 이 나라는 더 큰 혼돈에 빠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꼭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전국을 돌며 울부짖고 있다. 그 모습은 자신의 물건이 최고라고 외치는 시전 상인들과 닮았다. 대선 사공들과 공생 관계에 있는 언론들은 이런 모습을 잘 미화해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런데 간절함이라도 다 같은 간절함은 절대 아니다. 시전 상인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진실성이다. 시전 상인들의 간절함은 생계를 위한 몸부림이다. 하지만 대선 사공들은 생계와는 무관하다. 그러기에 그들의 간절함에서는 역한 냄새가 난다. 국익(國益)으로 자신들의 간절함을 포장하기는 했지만, 광장 밖에 있는 국민들은 그것이 자신의 정치 욕심이라는 것을 안다.

얼만 전 목욕탕에서 필자는 정말 믿을 수 없는 뉴스의 한 장면을 보았다. 정말 역겨워 채널을 돌리고 싶었지만, 채널 선택권이 필자에겐 없었다. 금방 눈을 돌렸지만, 그 역겨움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온 몸과 정신을 오염시켰다. 그런데 필자만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 아니다. 열탕 속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채널을 바꾸라고 소리를 질렀다. 백발 어르신은 직접 밖으로 나가 채널을 돌리셨다.

목욕탕 소요를 일으킨 장면은 모 방송사에서 대선 사공들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장면이었다. 배경은 청와대였는데, 문제는 여론 조사에 1위 한 사람을 청와대 중간에 크게 위치를 시켰고, 나머지 사람들은 들러리처럼 그 사람 사진 위쪽에 작게 아치모양으로 배치를 시켜 놓은 것이었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 사람이 청와대의 주인인 듯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대선 판에 대세론 공방이 시끄럽다. 어느 대선 사공은 SNS에 자신의 대세론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완전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이번 대선은 국민이 주권자로 대우 받고, 사람으로 취급 받고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바꾸어갈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입니다”라는 무서운 경고성 문구에 밑줄을 그어 놓았다.

이 말은 자신을 선택하지 않으면 이 나라 국민들은 사람 취급 받지 못한다는 무서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는 나라다. 자신이 그렇다고 하는데 뭐라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최소한 국민들을 팔아서는 안 된다. 완전 새로운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일까. 천지개벽이라도 하겠다는 말일까. 그럼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은 부정되고 삭제돼야 한다는 말인가. 그는 이 나라가 그렇게 될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이 나라가 그렇게까지 썩은 나라였던가. 문제는 다른 대선 사공들도 위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이 나라를 이렇게까지 만든 사람들은 누구인지, 정녕 자신들이 당사자들임을 모를까. 대세론과 함께 살생부가 또 대선 판에 새로운 이야기꺼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적폐청산이라는 말이다. 물론 잘못은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적폐청산이라는 살생부에 앞서 이 나라를 위한 공약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여론 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대선 사공들은 알아야 한다. 국민들은 언더독(Under dog) 효과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 자꾸 어찌 나라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