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개체 서식했던 세계적 멸종위기 식물군락
일주도로 공사로 마구 파헤쳐진 채 모두 고사
대대적 전수조사 실시 후 옮겨심기 등 보전 절실

▲ 일주도로 공사를 하면서 마구 파헤친 섬현삼 군락지 /독자제공

울릉도 섬 일주도로 2공사 과정에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섬현삼(멸종위기종 2급) 군락지가 파헤쳐진 채 모두 고사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주민 제보에 따른 본지 취재 결과, (주)대림산업 컨소시엄이 턴키방식(일괄수주)으로 진행 중인 울릉도 섬 일주도로 2공사 북면 선창~천부1리 사이 공사현장(울릉경비대초소 앞)에서 섬현삼 군락지가 훼손돼 말라 죽었다.

이곳에 분포하던 섬현삼 군락은 지난 2012년 개체 수 조사 당시 765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이후 계속 번창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사가 강행되면서 모두 사라졌다.

제보자 K씨는 “현재 파헤쳐진 장소는 울릉도에서도 가장 많은 개체의 섬현삼이 왕성하게 자생하고 있는 지역이다”며 “세계적인 희귀식물 서식지에 대한 무단훼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울릉도는 1천3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기존의 섬 일주도로 확·포장 공사를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도로 주변에는 세계적으로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많은 희귀식물이 있어 대대적인 전수 조사를 통해 옮겨심기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섬현삼은 그동안 멸종 위기 식물로 엄격하게 관리돼 왔다.

지난 2009년 5월에는 울릉군이 일주도로(지방도 926호선) 확장공사 중 북면 현포리 평리 일원에 섬현삼 자생지를 발견해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 2012년 조사 당시 섬현삼 군락지 모습.                                                                                    /독자제공
▲ 2012년 조사 당시 섬현삼 군락지 모습. /독자제공

지난 2014년 3월에도 섬 일주도로 공사로 고사 위기에 처하자 환경부로부터 경북도 일원의 멸종위기식물을 보전하는 역할을 대행하고 있는 기청산식물원이 섬현삼 살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기청산식물원은 강기호 소장을 비롯해 직원 3명이 울릉도에 파견돼 울릉 자생식물원에 이식 장소를 만들어 섬현삼 30포기를 옮겨 심는 등 많은 예산을 투입, 섬현삼 살리기에 나서기도 했으나 이번에 어처구니없이 군락이 훼손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섬현삼(학명 Scrophularia takesimensis)은 높이 1m 정도 자라며 털이 없고 줄기는 사각형이다. 잎은 마주나고 중앙부의 줄기 잎은 길이 4~7.5cm이지만, 가장 큰 잎은 길이 12~18.5㎝, 너비는 9~11㎝로서 가장자리에 크고 뾰족한 톱니가 있다.

울릉/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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