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인 수

벗어 내린다

어둠 위에 누우며

마지막 실루엣 하나까지도

속으로 흘러오는 문이 열리고

텅 빈 사각지대로 날아다니기 시작 하면서

날아간 나비들은

또 다른 나비의 나비로 날기 시작하면서

늪에 빠진 나비들

젖은 날개들

물 젖은 시간의 끈들을 뜯어내며

건너던 다리를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벗어 내렸다

흰 눈 날리어 가던 날

겨울 숲으로 날아간 나비들

젖은 죽지 말리며

비릿한 몸 냄새 뜯어내며

하얗게 눈 내리는 저녁 하늘다리 건너

수 천 수만의 작은 오로라 불빛들로

천막 실루엣 친친 두르며

가만가만 돌아오고 있었다

하얗게 날리는 눈발을 나비로 형상화한 아주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시 한 편을 본다. 수천 수만 송이의 내리는 눈은 나비가 되어, 수 천 수만의 작은 오로라 불빛들로 귀환하는 환상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것은 새 생명이 잉태되고 되살아나는 새봄을 기다리고 확신하는 시인 정신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