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세계적인 IT기업 총수들을 불러 `기술정상회담`을 했다. 이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초청장을 받았지만 참석할 수 없었다. 특검이 출국금지를 했기 때문. 귀신은 경문에 막히고, 사람은 안면에 막힌다고,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대통령과 얼굴을 마주 보는 자리에 초청을 받고 못 받는 것은 천지차이다. 초청 받고도 발목잡히는 일은 `한국적 현상`이다.

해마다 7월에는 미국에서 IT·미디어 분야 유력 인사 200여 명이 모이는 `선밸리 콘퍼런스`가 열리고, 이 부회장은 지난 8년간 참석해 새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것은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동경구상`과 비슷한 성격이었다. 그는 매년 연말에는 동경으로 날아가 세계적인 경제학자들로부터 `페이퍼`를 받았다. 새해 경제를 전망하는 의견서였고, 그것을 참고해서 한 해의 투자를 구상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올 7월의 콘퍼런스에 못 갈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죄로 묶어넣기 위해 그를 잡아놓고 닦달을 해야 하니까.

23일부터 중국 하이난에서 `보아오 포럼`이 4일간 열렸다. 아시아의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모이는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이다.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도 왔다. 매년 한국 기업인 10여 명이 참석했는데, 올해는 얼굴 보기 어려웠다. `최순실 게이트`와 정경유착에 엮여서 구속됐거나 출국금지를 당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짤 수 없으니 청년취업은 갈수록 더 얼어붙는다. 참다 못해 경제계가 하소연을 시작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이대로는 한 해도 더 갈 수 없다는 절박감”으로 “진보 보수 경제학자 40명의 자문을 받아” 만든 `건의문`을 들고 각 정당 대표들을 만났다. 해외 시장은 풀려가는데, 국내경제는 거꾸로 가고, 지금 변하지 않으면 0%대 성장, 마이너스 성장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경제 원칙이 훼손되는 법안이 남발되고 국제 경쟁에서 손발이 묶이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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