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요사이 TV를 틀면 뉴스나 속보로 세월호 인양에 대한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세월호의 인양이 시작되면서 일어난 일들이다. 다행히 25일 새벽에 반잠수식 선박 위에 배가 무사히 실렸다. 배는 반잠수식 선박에 실려 목포신항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배의 인양 성공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자 배가 인양되었다는 댓글을 많이 달았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말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기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논란과 의혹을 양산하는 상황을 고의로 조장했을 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필자는 믿고 싶다.

어쨌든 세월호의 인양 성공으로 가장 좋은 일은 배 안에 남겨져 있을 지도 모르는 실종자 9명의 시신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양과정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도 배가 훼손되어 배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시신이 유실되는 일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바람대로 시신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배가 인양됨으로써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세월호는 큰 각도로 변침(방향을 바꾸는 것)하다가 무게 중심을 잃고 왼쪽으로 기울면서 침몰하였다. 세월호가 침몰되었을 때, 배의 침몰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설`(設)이 분분하였다. 예를 들어 배에 규정 이상의 많은 화물이 선적된 것, 기계 고장으로 인한 조타 각도 조정 실패, 배의 램프가 완전히 닫히지 않아서 물이 배로 들어온 것, 또는 스태빌라이저(선박의 좌우 균형을 맞춰주는 장치)에 뭔가가 걸려서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올 초에는 네티즌 수사대 자로가 세월호의 침몰은 잠수함과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작년 5월 배의 인양과정에서 배의 왼쪽 스태빌라이저가 제거되었고 이번 인양과정에서 배의 왼쪽 램프가 절단되었다. 이처럼 배의 침몰 원인으로 지목된 장치들이 제거됨으로써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걱정들은 모두 배의 침몰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기를 바라는 바람에서 나온 것들이다. 일단 배가 물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조사를 하면, 침몰원인은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 `고의 수장설`과 같은 믿기 어려운 황당무개한 주장도 인터넷 댓글을 중심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런 설들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닌 것은 배의 침몰 원인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 등을 통해서 몇몇 원인-배의 조타장치 고장으로 인한 급변침-들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말한 물증이 없기 때문에 이것도 어디까지나 설에 지나지 않았다.

한 여당 의원이 말한 것처럼 교통사고에 지나지 않는 세월호 사고에 사람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은 국민들이 배가 침몰하는 것을 생방송으로 보면서, 죄책감과 무력감에 토대한 `감정의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배의 침몰을 눈뜨고 있으면서도 막지 못한 것과 아이들이 배 안에서 부모들에게 살려달라는 문자를 보내고 있는데도 그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은 죄의식을 느꼈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서 속죄하고 싶은 욕망을 공유하게 되었다.

어서 빨리 세월호 침몰의 원인이 객관적으로 그리고 과학적으로 밝혀졌으면 한다. 이런 원인 규명으로 처벌받을 사람은 처벌받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 함으로써 국민들의, 고구마를 먹은 것 같은 속답답함이 시원하게 풀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같은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게 국가재난관리시스템도 잘 정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