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창 룡

강가에 물고기 잡으러 가던 고양이

를 친 트럭은

놀라서 엉덩이를 약간 씰룩거렸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북으로 질주한다

숲으로 가던 토끼는 찻바퀴가 몸 위

를 지나갈 때마다

작아지고 작아져서 공기가 되어가고

있다

흰구름이 토끼 모양을 만들었다

짐승들의 장례식이 이렇게 바뀌었구

긴 차량행렬이 곧 조문행렬이었다

시체를 밟지 않으려고 조심해도 소

용없다

자동차가 질주할 때마다 태어나는

바람이

고양이와 토끼와 개의 몸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며칠이고 자유로를 뒹굴면서

살점을 하나하나 내던지는 고양이

아닌 고양이

개 아닌 개 토끼 아닌 토끼인 채로 하

루하루

하루하루 석양만이 얼굴을 붉히며

운다

자유로를 달려 출근하는 시인에게 거의 매일 반복되어 목도되는 `로드킬`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강가로 물고기를 잡으러 가다 죽은 토끼도 고양이도 어쩌면 열악한 생존의 조건 속에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은 아닐까. 달리는 차량행렬이 조문행렬이라 표현한 시인의 현실인식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건조하고 냉정하고 완강한 삶의 여건들이 지속되는 현실에 복종하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이 시에서 발견할 수 있어 우울한 느낌이 들게 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