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은 `악몽의 긴 터널`이었다. 모든 언론들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쏟아냈고, 국민들은 그 보도를 믿었고 대통령 지지도는 5%대로 곤두박질쳤다. 비박계 여당 의원들은 탄핵에 동참했고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켜 헌법재판소에 넘겼다. 촛불집회는 광화문 광장을 뒤덮었다. 박정권은 바람앞의 촛불이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대통령에게 “지금 물러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고 했다. 정권을 다 잡은 사람 같았다.

그때 `태극기 집회`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무슨 음모가 있다”는 의심이 들었고, 몇몇 변호사들이 박 대통령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SNS에는 `제도권 언론이 취급하지 않는` 박근혜 옹호 기사가 돌아다녔다. 인터넷 언론과 제도권 언론이 맞붙고, 촛불시위와 태극기 시위가 극렬한 대립을 보일때 헌재는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란 결정을 내렸다. 3월 10일이었다. 그 무렵 `적폐 청산`, `부역(附逆)`이란 말이 나왔고, “보수 우파들을 불태워버리겠다”란 극언까지 나왔다.

그러나 `고영태-최순실 스캔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언론보도에 의심을 품었다. 태극기집회는 점점 더 기세를 올렸다. 유력 언론들의 논조가 달라져갔다. 박근혜 공격 일변도에서 일부지만 옹호 쪽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상당수 국민들이 제도권 언론에 실망감을 보이면서 “이러다가 나라가 어떻게 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최근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발표한 `출마선언문`에는 `적폐청산`이 빠지고 `존중과 통합`이 들어갔다. 안희정 후보가 `대연정`을 제안할 때 “청산해야 할 적폐정당과 손 잡자는 말인가”라며 친박 우파와는 결단코 같이 갈 수 없다고 했던 문 후보가 “다름이 틀림으로 배척당하지 않아야 한다”로 말을 바꾸었다.

`헌재 해체론` `좌파의 음모론` `촛불 홍위병론`이 나오면서 민심이 돌아설 기미를 보이자 유력 후보들의 말이 달라져간다. 그때 그때 상항 따라 `말`은 달라지지만, 그 `본심·체질`까지 바뀌겠는가. 표·정권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하는 정치인들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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