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TV 토론이 한창이다. 당내 경선이 진행 중이지만 유권자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권자가 직접 후보를 접할 수 없는 대선에서는 갈수록 TV 등 미디어가 후보 선택의 좋은 기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4월 15일 대선 후보 등록이 끝나면 후보 검증을 위한 토론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토론과정이 후보의 자질과 정책 비전을 정확히 점검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유권자들은 이 토론 과정을 통해 후보의 허상이 아닌 실상을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지난 대선에서 후보 검증부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그는 `100%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도 수없이 했다. 그의 `법과 원칙`은 평소의 그의 강직한 이미지와 결합하여 국민들에게 `달라지는 대한민국`의 환상을 일깨워 주었다. 임기 초반의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슬로건은 곳곳에서 만연된 나라의 적폐를 뿌리 뽑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부각되었다. 국내 여야의 정치적 대립과 갈등은 대통령의 빈번한 해외 정상회담으로 극복되는 듯 보였다. 대통령의 60대로 보이지 않는 피부 관리와 미용, 빈번하게 바뀌는 여러 색상의 화려한 의상, 정확한 메시지 전달, 유창한(?)외국어 구사 능력은 `준비된 대통령`의 이미지를 유감없이 보여 주는 듯 했다.

그렇던 박 대통령의 이미지 정치는 그의 탄핵과 파면으로 그 실상이 드러나고 말았다. 대통령은 지난주 검찰의 조사를 받고 구속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은 피의자 신분이 되었다. 그의 끝없는 추락은 측근과 비선실세에 의한 이미지 정치의 추락을 의미한다. 그동안 대통령의 일상적인 대면 정치의 단절, 기자회견의 회피, 잘 정리된 연설문의 낭독은 그의 이미지 정치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국민들은 대통령의 이미지 정치의 허상인 베이컨의 `우상론`에 빠져버린 셈이다. 대통령의 탄핵과정은 이러한 이미지 정치의 실상이 어떠한지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대통령 선거일이 달포 앞으로 다가와 있다. 국정의 혼란과 정치권력의 안정이 요구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제 대통령의 리더십과 자질부터 철저히 점검하여야 한다. 유권자들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이미지 정치의 허상과 실상부터 정확히 구분해야 할 시점이다. 일반적으로 정치권력이 정통성(legitimacy)과 효율성(effectness)을 갖출 때 정부는 안정된다. 정치 권력의 정통성은 권력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 농단사태로 권력의 정당성과 도덕성을 모두 상실해 버렸다. 나아가 정부의 실적이라고 내세울 효율성까지 상실했으니 정부는 신뢰와 붕괴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번 촛불혁명과 대통령의 탄핵은 결국 대통령의 리더십의 위기에서 비롯되었다. 대통령의 권력 독점과 절대화는 내부 권력의 부패로 이어지고, 리더십에 대한 불신과 거부는 정권의 붕괴로 이어진 것이다.

이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인물과 자질, 정책 비전은 보다 철저히 검증되어야 할 시점이다. 후보 검증을 위한 주도권 토론은 상호 비방과 네거티브 전술에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토론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다면 여러 명의 자유 패널에 의한 후보 검증 기회도 주어져야 할 것이다. 최소한 토론이 후보들의 이미지 정치의 허상을 깰 수 있는 기회는 되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이제 후보들의 화려한 말보다는 행동의 실천 가능성을 따져 보아야 한다. 정파적 이익이 아닌 진정한 국리민복(國利民福)의 헌신적인 리더십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최소한 후보의 이미지 정치에 매몰되지 않도록 후보의 실상을 찾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광장 민주주의와 촛불 민심이 가르쳐 준 역사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