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1982년부터 1987년까지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그러나 1987년 8월 들어 주가가 흔들리는 이상한 조짐을 보이더니 10월 19일 월요일 하루 만에 22%가 주저앉았다. 이를 블랙먼데이로 불렀다. 트럼프 당선 이후 증시는 생기를 되찾았지만 석연치 않은 불안감이 남아 있다.

블랙먼데이의 주가 폭락은 기계가 만들었다. 그 당시 유행하던 상품은 `포트폴리오 보험`이었는데 성격을 간략히 설명하면 주가 하락 손실을 제한하고, 주가 상승 시 일정 부분 참여하는 것이다. 누구라도 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 구조는 주가가 올라 평가이익이 쌓일수록 더 주식을 사는 것이고, 이를 사람이 일일이 계산하기 보다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심어 놓고 돌렸다. 주가가 오를수록 기계는 아무 생각 없이 상승하는 주가를 따라 잡았고, 그만큼 증시의 쏠림 현상이 극대화되었다.

그러던 가운데 위험에 대한 인내력이 약한 연금 펀드에서 수익률을 이 정도에서 확정시키고 싶다는 판단을 했고, 이를 위해 주식 선물을 매도하기 시작하자 주가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었다. 그 이후 매도 쪽으로 쏠림이 심해졌고, 투자자들은 증시에서 이탈하고 싶어 했지만 모두가 같은 판단을 해 왔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지금은 CTA(Computer Trading Algorithm)에 의존하는 헤지펀드들이 크게 늘어났다. 주가도 기업의 실적보다는 주식을 따라다니는 돈의 양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많아져 사람이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졌다. 따라서 투자자들도 기계에게 추세가 읽혀지면 빨리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고 기계에 프로그램을 심어 그 추세를 따르게 했다. 트럼프가 시장에 장밋빛 기대를 심은 이후 기계는 그 빛을 따라 달리고 있고, 그럴수록 쏠림 현상은 심해진 상태이다.

투자자들은 추세가 꺾일 때 남들보다 먼저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잘못된 판단이다. 모두가 똑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탈출구는 좁다. 주식 매도시 그것을 받아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가지수인 코스피는 오랜 기간 1900~2100 박스권에 머물다가 최근 상향돌파했다. 많은 이들이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빼면 여전히 횡보하고 있다. 16세부터 64세까지 경제에서 활발히 일할 수 있는 인구수의 경우 한국은 2015년 정점을 찍고 감소추세에 있다. 즉 내수가 좋을 수 없다. 수출산업 가운데 반도체와 화학이 선전하고 있지만 이번이 마지막 사이클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진입할 경우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시장 진입을 견제하고 있어 당장은 반도체 모멘텀이 꺾이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주가는 사상최고를 갱신하고 있지만 확신은 떨어진다. 한국의 수출기업들이 달러강세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경쟁력과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추세임을 부인할 수 없다. 트럼프의 구경제 회복 운동이 우리 경제에 진통제처럼 작용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이제 서서히 자신의 공약에 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것이 증시의 방향을 돌려놓는다면 쏠림이 심해져 있는 상황에서 주가의 하락 폭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주가지수가 얼마까지 오를 수 있냐고 묻곤 한다. 투자기간이나 변동성 등은 묻지 않는다. 그것은 주가의 최고점에서 자신이 팔 수 있음을 의미한다. 터무니 없는 가정이다. 우선 최고점 근방에서는 탈출구가 좁다. 또한 증시에서 진정한 실력자는 주식을 팔 줄 아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기업가치에 대해 충분한 이해력을 갖추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식은 아무나 살 수 있다. 그러나 잘 팔 줄 아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다. 주가의 거품이 얼마나 더 생길지는 모른다. 그러나 하락폭이 클 수 있다면 지금부터는 시장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