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철 문

자작나무가 내 무릎 위에 앉아 있다

돋아나고 있다, 가슴에서도

피어나고 있다

두 그루가 마주보고 있다

내 생애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한번도 채우지 못한

목마름의 샘을

자작나무가 틔우고 있다

자작나무가 나를 보고 있다

내가 자작나무를 보고 있다

자작나무가 자작나무를 낳고 있다

구겨져서 납작하게 눌린 나무가

잎사귀에 피어서

주름들이 지워지고 있다

내가 자작나무의 무릎 위에 앉아 있

이 시는 가슴 아픈 서사가 바탕이 되어 있다. 죽은 형의 어린 아이를 시인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자작나무는 순정한 어린 조카를 지칭한다. 이제는 그 아이가 제법 커서 시인의 무릎 위에 앉아 있고 시인은 그 아이에게서 안식과 생명의 힘을 느끼고 있다. 자작나무의 어린 잎사귀가 피고 주름이 지워지는 것처럼 이 아이의 미래도 그렇게 푸르고 고결한 자작나무 같은 한 생을 살아가기를 염원하는 시인의 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