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10년새 2배 증가
남성 증가폭은 오히려 감소
취미 즐기며 자신에게 투자
이성 연애상대 만나도
굳이 결혼 선택하기는 꺼려
`결혼 적령기·성수기` 옛말`

“싱글로 혼자 지내는 게 무슨 문제인가요?”

직장인 여성 신모(33·북구 신광면)씨는 결혼하지 않은 현재 삶에 불만이 없다.

회사생활 5년차로 업무가 끝난 뒤에도 할 일은 많다. 틈틈이 운동하며 땀 흘리고 주말엔 독서, 도예 등 다양한 취미로 하루를 채운다.

얼마 전 전세방을 얻어 부모로부터 독립한 그는 은행 대출을 끼고 있지만 자신만의 공간이 생겨 집에서 가만히 쉬기만 해도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주변에서 `노처녀`라고 시집가라 재촉하는 일도 요즘엔 드물어졌다.

신씨는 “부모님은 외롭지 않은지 물어보지만 오직 나를 위한 시간으로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며 “가끔 이성친구들을 만나고 맘에 드는 사람과 연애도 드문드문했지만 굳이 결혼해 남편과 시댁, 아이까지 책임지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경북지역의 1인 가구가 최근 급증한 가운데 30대 미혼남녀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혼기가 꽉 찬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 많다. 결혼할 의지가 없는 30대 인구가 증가하면서 혼인 건수는 줄고, 지역 내 예식장 예약 경쟁률도 감소하고 있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전국 1인 가구주 연령별 조사결과에서 30대가 95만3천322가구로 경북 4만4천108가구가 포함됐다.

서울, 경기, 부산, 경남에 이어 17개 시·도에서 5번째로 많다.

같은 기간 경북지역 30대 미혼자 수는 3만5천723명으로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30대 싱글이다. 10년 전인 2005년(2만211명)과 비교하면 1만5천명 늘었다. 특히 30대 미혼여성이 가파른 속도로 증가했다.

지난해 싱글남 증가폭은 감소한 반면 여성은 오히려 1천여 명이 미혼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2000년 3천273명이었던 30대 싱글여성 수는 2005년 5천835명, 2010년 8천806명, 2015년 1만2천61명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원인 분석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결혼은 선택`이라는 인식이 시대 흐름에 따라 강하게 자리 잡았다는 해석이 우세한 편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이에 따른 인식 변화와 더불어 경기 불황, 인구 감소와 같은 복합적 요인이 30대 남녀의 미혼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덩달아 결혼 적령기나 결혼 성수기란 말도 무색해졌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건수는 42년 만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2016년 국내 혼인건수가 28만1천700건으로 1974년(25만9천100건)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22일 밝혔다.

아직은 결혼하고 싶지 않은 30대 남녀가 증가하면서 포항지역 예식장도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다.

결혼 압박 계절로 불리는 봄이 찾아왔지만 `하늘 별 따기`로 불리는 예식장 예약 경쟁률이 예년만큼 치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6월 남구 A예식장에서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윤모(34)씨는 “상견례를 마치고 올해 초 예식장 예약을 알아봤는데 예상 외로 황금시간대 예식이 가능하다고 해 수월하게 마쳤다”면서 “다른 예식장에도 문의해보니 원하는 시간이 남아 있어 여유롭게 가격과 서비스를 따져보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역 웨딩홀 업계 관계자는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줄고 있는데 예식장은 늘고 있어 예약이 어렵지 않은 편”이라며 “5~6년 전만 해도 예비부부들이 서로 원하는 날, 원하는 시간대에 결혼하려고 빠르면 1년 전부터 앞다퉈 식장 잡기에 나섰는데 이제는 반대로 업계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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