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의 화가` 이배 화백 개인전
포항 미르갤러리 첫 기획전
5월20일까지 전시

▲ 이배作 `무제`
▲ 이배作 `무제`
포항 미르갤러리가 올해 첫 기획전으로`숯의 화가`로 널리 알려진 이배(61) 화백의 개인전을 오는 5월20일까지 열고 있다.

20년 넘게 한국과 파리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이 화백은 1990년 도불 이후 서양 미술재료 대신 숯을 작품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화백은 지난 10여년 전부터 최근까지 검정과 `크림 빛` 흰색의 서체적 추상회화들을 주로 선보여왔다.

2000년대 초 `숯` 자체를 이용한 재질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검은 숯가루와 숯덩어리를 공중으로 던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고, 그 이후 아크릴 미디엄과 검은 안료를 사용해 밀랍을 연상시키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입체적인 회화를 선보였다.

포스트 단색화 또는 단색화의 2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이배 화백의 대표작 아크릴 미디엄 14점을 전시한다.

 

이배의 작품은 캔버스 위에 붓으로 쓰고 왁스로 올려 굳힌 다음 다시 그 위에 그렸다.

화선지 위에 그림을 그리면 먹이 종이에 스며드는 동양화와 유화로 캔버스 위에 한 겹씩 쌓는 서양화의 특징이 결합돼 동서양의 만남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평면이지만 입체 같은 작품은 여백의 미를 더욱 깊이감 있게 느껴지게 한다.

미색의 바탕 입체면 속에 먹 선으로 그어진 작품은 실험실과 같이 결백한 하얀 입방체 갤러리 안에서 흑백의 강렬한 대비로 관람객의 발걸음을 잡고 말을 건넨다.

모호한 기호들은 관람객 각자의 생각들을 표현하게 한다.

굵은 선은 때로는 경쾌하고, 때로는 묵직한 힘을 드러내기도 하고, 다양한 획의 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불교의 선화(禪畵)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작가의 기억이나 마음의 감정을 붓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크게 보면, 형태를 세밀하게 묘사(形似)하기보다 정신을 그리고(神似),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중시하는 동양회화의 이상과도 닿아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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