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장 변동을 이유로 농가에 지원한 쌀 우선지급금 중 40kg 1포대에 860원씩을 환수하겠다고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쌀값 폭락과 장기불황, AI파동 등으로 가뜩이나 피폐해진 살림살이에 고통받고 있는 농민들은 착잡하다. 아무리 취지에 합당하고 원칙이 그렇다 할지라도 고조되고 있는 갈등을 유연하게 처리할 정책방안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쌀 우선지급금`은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공공비축미나 시장 격리곡을 농가에서 매입할 때 현장에서 미리 지급하는 돈으로, 추후 정산 절차를 통해 추가 지급하거나 환수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지난해 수확 때 산지 쌀가격이 급락하며 정부의 벼 매입가가 우선지급금보다 낮아졌고, 지난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농가가 미리 받은 우선지급금 일부를 반납해야 하는 특이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쌀 수매에 나서면서 1등급 40㎏ 포대 기준으로 산지 가격의 93% 수준인 4만5천원씩의 쌀 우선지급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쌀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이에 맞는 실제 매입금은 4만4천140원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전국의 각 농협을 통해 농가별로 고지서를 보내어 포대당 860원 씩의 차액 환수에 들어갔다. 전국적으로 환수 조치될 우선지급금은 23만호 총 192억원에 달한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에서는 4만3천371농가가 총 31억4천500만원을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 포항은 환수액이 1억8천만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들은 쌀값이 폭락해 소득에 타격을 입은데다 정부가 쌀값 안정 정책 실패로 벌어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오히려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집단 환수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14일 현재 전국의 우선지급금 환수액 납부율은 17.1%로 집계됐으며 경북의 납부율은 25.8%에 불과하다.

`쌀 우선지급금` 정책의 규정을 지켜야 하는 정부의 입장은 일견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일단 받아서 빠듯한 생활비에 보태어 써버린 농민들의 난감한 입장과 딱한 처지를 생각하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쌀값 폭락을 불러온 정부의 무대책에 대한 농민들의 정서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쌀 소비 다양화 정책 실패와 부정확한 가격 예측 등 정부의 무능에 대한 지적은 일리가 없지 않다.

정부는 개별농가의 형편과 능력을 감안한 유연한 정책을 찾아내야 한다. 해당농가의 동의를 전제로 다음 달 초·중순께 지급될 쌀 변동직불금과 상계 처리하겠다는 방침 등이 좋은 예다. 평균 7만8천원의 돈은 농가의 팍팍한 형편을 헤아리면 결코 하찮은 금액이 아니다. 생색을 내며 주었던 돈을 다시 빼앗아가는 느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농심(農心)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