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연 옥

꿈은 이루어졌다

하얀 눈밭

온몸을 불사르며

입술이 부르트고 손발이 부어올라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한없이 험한 수렁의 길

절체절명 혹한의 길

설산의 눈부심과 황홀함에 든 지

설일 열흘

지칠 줄 모르는 몸부림의 재촉

포터와 쿡들의

너덜거리는 조리에 몸 설어

한 생의 비린 무게 옮길 때면

찡한 울림 혼미한 흔들림

해질녘 붉게 타는 황혼을 짚고

우뚝 솟아 뜨거움에 몸부림치며

환희의 붉은 화살을 맞고

피 흘리며 선 장엄한 설벽을 보네

설산의 둔탁한 숭엄함

가슴에 퍼 담고

내 작은 영혼 한 구석에

저 깊은 설산의 꿈틀거림과 숨소리

모아

소리 없이 쏟아지는 하얀 폭포 하나

내 몸 속 깊이 들이고 싶네

히말라야의 한 봉우리인 안나푸르나를 등정하면서 설산의 장엄하고 숭엄한 느낌을 거침없는 필치로 그려낸 시다. 영원의 시간 속에 살아있는 산에 들면서 인간의 왜소함과 가벼움에 비해 묵묵히 전해주는 산의 목소리를 듣는 시인을 본다. 깊은 설산의 뜨거운 목소리와 숨소리를 들으며 생에 대한 새로운 각오와 결의를 다지는 시인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