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새로운 창업 명소로 주목받았던 대구삼성창조경제단지(옛 제일모직부지)의 개소식이 돌연 무기 연기됐다. 삼성측이 당초 4월 11일로 예정된 개소식을 “기한 없이 연기 하겠다”는 통보를 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은 대구삼성창조경제단지의 명칭도 삼성크리에이티브 캠퍼스로 바꾼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최순실 사태로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의 구속과 미래전략실 해체 등 그룹내 복잡한 사정일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창조경제와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 기업들의 몸조심으로 해석은 된다. 전국에서 동시에 출발한 17개 창조단지들이 차기 대권주자들의 눈치를 보는 정치상황이 도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삼성창조단지는 2014년 9월 대구시민의 환호 속에서 출발했다. 대구시도 작년 12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이곳으로 옮기면서 대구창업의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큰 포부를 과시했다. 대구시는 판교, 테헤란로와 더불어 대구창조경제단지를 전국 3대 창업거점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대구창조경제단지는 총 3만2천여m2 부지에 창조 경제존, 문화벤처 융합존, 주민생활 편익존, 삼성존으로 구성돼 있다. 대구시는 벤처창업과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비수도권 창조경제의 `랜드마크`로 키울 것이라고 했다. 산업관광지로 세계적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옛 제일모직 부지에 보존돼 있는 여기숙사동에는 오페라와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공간이 마련된다. 삼성상회와 제일모직 기념관 등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창업정신이 깃든 공간이 있어 대구시민들도 일찍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삼성의 태도 변화로 창조경제단지 조성으로 기대된 창업투자와 청년일자리 창출 등 대구경제 도약의 모멘텀이 위축될까 우려된다. 대구시는 창조단지 운영을 위한 시비와 국비가 이미 확보돼 기업유치 등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내년에도 지속될 런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 창업단지가 시작도 되기 전 움츠러든 분위기가 걱정이다. 대권주자 등이 박근헤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을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창조경제단지의 추진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가 경제를 살리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는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 전문가들도 “벤처기업 육성과 같은 과제는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도외시할 수 없다. 정권과 상관없이 좋은 점은 살리는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대구창조경제단지는 삼성이 900억원을 투자해 19개의 벤처오피스가 들어서는 대구시민의 기대와 희망을 안고 있는 곳이다. 정치적 이유로 경제의 흐름이 막혀선 안 된다. 대구시의 일관성 있는 정책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