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문 숙

폭설 끝나고, 몰아치는 바람

마당 귀퉁이부터 얼어붙는다

감나무 꼭대기에 몇 알 남겨둔 까치밥

참새, 까치들이 수시로 와서 쪼아먹고

가지들, 텅 빈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오늘 무슨 날일까

못 보던 재비둘기 한 쌍이

빈가지 위에 앉아 두런거리고 있다

반가운 마음뿐 그냥 바라만 보는데

미안하다, 미안하다

빈가지는 자꾸 흔들리고 있다

저 흔들리는 것들 때문에

봄은, 오고야 말 거다

맹위를 떨치던 한겨울 추위도 대한(大寒)을 지나면 서서히 누그러지기 시작한다. 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봄을 기다리는 것이 어찌 참새나 까치, 재비둘기 뿐이랴. 움츠리고 닫아걸었던 자연이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어떤 예감으로 빈 가지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은 생명의 계절이 다가오기 시작하는데 대한 반가움과 기대를 희망에 찬 확신의 목소리로 읊조리며 가만히 마지막 추위를 건너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