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창 기

슬그머니 허리를 펴는데

새벽 안개를 헤치며

서둘러 논둑길을 질러가는

시골 여학생 같은 보랏빛 나팔꽃이

잎 뒤에 얼굴을 가리고는 키득거립니다

시원했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나의 아침 방귀가

당신의 그 신중한 하루를

또다시 시끌벅적하게 만들었군요

새벽 논둑길에서 놓은 시인의 방귀이야기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시다. 방귀가 시의 모티브는 되었지만, 시인은 방귀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시끌벅적하게 하루를 열며 가는 시골 여학생들과 깨어나는 자연의 생명력에 초점이 놓여있는 작품이다. 싱싱한 생명력은 소란스럽다. 소박하면서도 소란스러움 속에는 자연스러움과 낙천성이 스며 있다. 다가오는 봄날, 엄동의 대지에서 움츠렸던 자연이 강한 생명력으로 시끌벅적하게 되살아나는 눈부신 시간들을 기다려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