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태 형

귀가 밝아진다는 건 그래도 슬픈 일만은 아니었다

지나간 다큐멘터리 자료를 찾아보고 있는데

작년 첫울음 울다 간 소쩍새가 한 문장 속에서 다시 깃을 친다

홀로 밤늦게 찾아와 길게 목을 풀던 첫손님

누군들 그 울음을 받아 적을 수 있었을까

늘 멀리만 보려던 닫힌 창가에 바짝 다가앉았다

손때 묻은 수첩을 꺼내든 이의 등 뒤로 눈이 까만 밤새가 울었다

올해 소쩍새 울음을 들으려거든

며칠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아니 더 늦을지도 모른다고 바람이 아직 차다고

그때나 한번 찾아와 보라고

정작 나는 그 새가 언제 우는지 기다려지기보다

어디서 우는지 울어야 하는지 그걸 생각하고 있었다

저 울음이 배어나왔을 저녁 어둠은

아직 창밖의 나무옹이 속에 웅크려 있었다

저물녘 누군가 앉아 있던 자리도 그러하였을 것이다

울창하고 맑은 밤의 창을 가진 이가 부러운 게 아니었다

아직 내 마른 묵필은 그 어둠을 가질 수 없었다

깊은 봄밤 시인이 시를 쓰는 창가로 정적을 깨치며 들려오는 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시인은 깊은 사색에 빠지게 된다. 어둠을 뚫고 짙은 어둠 속으로 뱉어넣는 처절한 그 울음소리에 시인은 자신의 삶의 태도와 시를 써 온 열정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간절하고 처절하게 울음을 뱉는 소쩍새처럼 자신의 창작에 대한 열정도 더 불태우고 더 정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