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 인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학교를 중퇴한 뒤

권투선수가 되고 싶었으나

공사판 막일꾼이 되었다

결혼을 하자 더욱 어려워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떨어먹고 도로 서울로 와

다시 공사판

급성신부전증이라 했다

삼남매 장학적금을 해약하고

두 달 밀린 외상 쌀값 뒤로

무허가 철거장이 날아왔다

산으로 가 목을 맸다

내려앉을 땅은 없어

재 한 줌으로 다시 허공에 뿌려졌다

나이 마흔둘

우리 시대의 우울한 초상이 아닐 수 없다. 구구절절한 한 사내의 서사는 흔히 접할 수 있는 가슴 아픈 이야기다. 내려앉을 땅도 없어 허공에 목을 맸다는 시인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땅의 갑남을녀 중에는 이와 비슷한 궁핍과 결핍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의 책임일까. 빈익빈 부익부라는 사회현상이 낳은 가슴 아픈 얘기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