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행 숙

착한 개 한 마리처럼

나는 네 개의 발을 가진다

흰 돌 다음에 언제나 검은 돌을 놓은 사람

검은 돌 다음에 흰 돌을 놓는 사람

그들의 고독한 손가락

나는 네 개의 발을 모두 들고 싶다. 헬리콥터처럼

공중에

그들이 눈빛 없이 서로에게 목례하고

서서히 일어선다

마침내 한 사람과 그리고 한 사람

바둑은 흑백의 돌을 차례로 번갈아가며 놓는 게임이다. 시인은 이런 기본적인 원리에 갇혀있기를 거부하면서 흰돌을 연달아 두 번 놓거나 하는 일탈을 떠올리며 인간의 규범과 규칙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발을 땅에 디디지 않고 공중에 네 개의 발을 모두 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날 수 없는 인간은 바둑을 번갈아 놓아야 하는 원리처럼 인생이라는 게임의 규칙에 돌아올 수밖에 없는 한계에 이르고 만다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