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형 영
억만 개의 햇살 쏟아져내리고
어디서 왔는지
그 여우바람, 햇살을 흔들어
수면 가득 물보석판을 벌인다
물보석이 탐이 나는지
넋 놓고 바라보던 잉어들
그만 눈이 먼
잉어들
잉어들
잉어들
그걸 또 목에 걸고 싶어
여기저기 연이어 튀어오른다
제 몸이 온통 금덩이인
황금 잉어들이
눈부신 이 아침
수곡지에서
시인은 잉어 이야기를 하면서 내심 인간을 떠올리고 있다. 황금 잉어는 그 자체가 아름답고 황홀한 모습을 자아내는 존재다. 저수지의 물과 햇살과 바람이 어울리면서 그 황홀경은 극에 달한다. 그러나 그 황홀경의 이면은 헛되다라는 시인의 인식이 깔려있다. 인간의 모든 순간들은 어쩌면 황금잉어처럼 황홀경일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거대한 환영에 사로잡혀 있고, 그 황홀경을 위해 한 생을 바치는 우매하기 짝이 없는 존재라는 것이 시인의 현실 인식인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