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의회 명칭변경안 통과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인이
마을서 큰 인재날까 두려워
재주 `才`를 놈 `者`로 개칭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강제로 바꾼 마을 이름을 100여 년 만에 마을 주민들의 힘으로 되찾았다.

26일 안동시에 따르면 220여 명이 사는 안동시 서후면 자품리 마을은 일제 강점기 이전까지 `재품리(才品里)`로 불렸다.

재품리 마을 명칭은 정확한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선시대 후기 재주가 뛰어난 학림송이라는 이 마을 사람이 16살 때 과거에 급제해 정6품의 벼슬을 제수받으면서 비롯됐다.

학림송의 덕망과 인품이 이웃 마을까지 널리 알려지면서 이 마을은 `재곡의 품격을 지닌 선비가 사는 마을`이라고 해 `재품(才品)`으로 불렸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은 재품리에서 인재가 많이 태어나면 식민 통치에 어려움이 생긴다며 마을 명칭을 `자품(者品)`으로 개칭했다. 재(才·재주)를 자(者·놈)로 바꾼 것.

해방 뒤에도 마을 이름은 `자품리`로 그대로 사용됐고, 이에 마을 사람들은 수년 전부터 마을 이름을 원상태로 되돌리려고 노력했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현판에 원래 마을 명칭인 `재품`을 넣었고, 지난해는 안동시에 마을 명칭 개정을 요청하는 청원을 넣기도 했다.

이에 안동시의회는 최근 열린 제186회 임시회에서 재품리 주민 의견을 반영해 의원 만장일치로 이 마을 명칭을 변경하는 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주민 최대섭(64)씨는 “안동시의회에서 마을명칭 조례안이 통과돼 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100여 년 만에 결실을 얻었다”며 “앞으로 우리 마을에서 훌륭한 인물이 많이 나와 옛 재품리 명성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안동시 리·통·반 설치조례안은 오는 3월 3일 공포된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