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미국의 주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사실 성장하는 경제라면 `사상최고`라는 말은 살아있음을 의미할 뿐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지금의 경제형편에 비해 주가가 너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과열에 대한 우려가 있다. 시장에서는 주가 신고가 행진의 배경을 다가올 트럼프의 감세 및 규제완화에 대한 경제 부양 효과로 보고 있다. 즉 리만 사태 이후 눌려만 있던 경제가 얼마나 팽창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이다.

그런데 이러한 위험자산 가격 상승의 배경을 좀 더 정확히 진단해 보자. 먼저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을 언급해도 주가가 오른다는 것이 예전과 달라 보인다. 즉 미국의 금리는 더 이상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swing factor)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지적이다. 과거 미국 중앙은행은 윤전기를 돌려 달러를 찍었다. 그렇게 발행된 돈 가운데 상당량을 미국 국채와 주택담보증권(MBS)을 사는데 썼다. 그 결과 미국의 가계부채 부담이 줄어들고, 주택가격이 오를 수 있었다.

만일 미국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이들 증권을 팔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금리가 폭등하고, 채권 및 주택가격이 폭락할 것이다. 주가도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데 미국 금리는 이를 경계하여 오르는 듯 싶더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즉 미국 중앙은행이 그런 자살행위는 하지 않을 것임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고, 이로 인해 안도 랠리(relief rally)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신흥시장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터지지 않는 거품`이라고 부른다. 돈을 풀어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으니 거품은 거품이다. 그러나 경제는 살기 위해 적응해 나가는 유기체이므로 거품을 터뜨려 스스로 감당 못할 지경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투자자들도 저성장이 만성화되는 가운데 낮은 수익률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리만 사태 당시 자산가격 거품이 터졌을 때 투자자들은 “이 자산을 팔아서 높은 수익률의 다른 자산으로 옮겨 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럴 수 없음을 깨닫고 낮은 수익률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리만 사태 당시 자산 가격 거품 붕괴는 투자자들의 착각이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저수익률의 공감대가 확산될수록 자산가격 거품은 유지될 수 있다.

반면 최근 주가 상승의 또 다른 요인은 트럼프의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이다. 도드-프랭크 법(Dodd-Frank Rule) 또는 볼커 룰(Volcker rule)은 과거 투자은행들이 자신들의 고유 자금으로 레버리지(leverage)를 일으켜 파생상품,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다가 실패할 경우 선량한 예금자들에까지 피해가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되었다. 트럼프는 이렇게 금융기관의 손과 발을 묶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은행도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으면 벌라는 것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은 리만 사태 이후 3조달러의 돈을 풀었다. 이 자금들이 실물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금융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 정도 규모라면 금융자산 가격 거품이 지금보다 훨씬 커졌어야 한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양적완화 효과를 상쇄하는 다른 요인이 있었고, 그것은 거품을 예방하기 위한 규제로 인해 투자은행들이 금융자산을 매도한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 중앙은행이 풀었던 시중 자금을 회수하지 않는 가운데 투자은행들이 공격적으로 금융자산 투자에 나선다면 가격 거품이 얼마나 더 커질 수 있을까를 상상하며 웃음짓고 있다. 이것이 동물적 본능(animal spirit)에 의한 투자이고, 이는 `터질 수 있는 거품`이다.

오바마의 투자은행 규제 및 친환경 투자는 미래의 재앙을 예방하기 위한 비용으로 여겨졌는데 트럼프는 미래보다 현실에 집중하고 있다. 그를 이렇게 무모하게 만든 것은 너무도 현실적이 되어 버린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가 아닌지 모르겠다.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세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