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진 구미시장, 지방분권을 말하다
수도권-비수도권 차별 심각
그대로 두면 지방소멸 불보듯

【구미】 “지방자치는 말 뿐, 현실은 지방행정에 불과하다”

남유진<사진> 구미시장은 지난 24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지방자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남 시장은 중앙정부와 지방부처까지 30년의 행정업무 경력을 가진 행정 달인이다.

그가 지방자치에 대해 냉혹하리만큼 낮게 평가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남 시장은 “미국에는 흑인 백인의 인종차별 문제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인종차별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면적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에 인구 50%, 대기업 90%, 돈 80%가 몰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 시장은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분권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이러한 요구 목소리를 외면하기 바쁘다”며 “지방이 없이 대한민국도 있을 수 없는 만큼 중앙정부는 욕심을 버리고 이제 지방분권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도권 규제 완화가 경제민주화인양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지만, 이는 지방을 홀대하고 차별하는 처사로 그대로 두다가는 지방소멸의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면서 “실제 중앙 집중화로 인해 경북에서는 향후 30년 이내 의성군과 군위군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립도 문제에 대해서도 일침 했다.

남 시장은 “구미시는 국가산업단지가 5개나 있는 도시이다. 기업들이 많다 보니 자체수입이 다른 시·군보다 높은 편이다. 그런데 중앙정부는 구미시가 지방자립도가 높다는 이유로 교부세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전체 세금 중 20%만 지방에 주고 80%는 중앙정부가 가져가고 있으면서 교부세마저 주지 않으려는 처사는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빼앗으려는 속셈”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또 “지난 1991년 지방의회가 생겨나고 1995년 민선으로 단체장을 뽑으면서 지방자치가 시작됐지만, 조례나 준칙 하나도 마음대로 만들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은 지방자치가 아니라 지방행정기관에 불과하다”며 “이제는 중앙에 빼앗긴 우리의 몫을 찾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시장은 마지막으로 “1987년 헌법이 개정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 개헌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개헌논의가 있는 이 시점에 지방분권을 이뤄내지 못하면 앞으로 30년, 50년 후에나 지방분권에 대해 논의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30년, 50년 후에 과연 지방이라는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 지방의 최소 생존권을 위해서라도 꼭 지방분권을 이뤄내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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