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가 독서운동으로 도시의 품격(品格)을 높이고 있다. 구미시는 전 시민이 하나의 책을 통해 동일한 정체감을 형성해 보자는 취지로 지난 2007년부터 `한책 하나구미 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지난해 4월 15일에는 `한책 하나구미 운동`1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기도 했다. 구미시는 이 운동을 전개하면서 작가와 함께하는 북 토크, 북 아트, 책 읽어주는 할머니 체험 등 다양한 독서 행사도 함께 진행해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꾸준히 책 읽는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도서관 건립에 힘써 온 결과 전국 자치단체 중 열람석수 1위, 보유장서 2위의 `도서관 도시`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구미시는 그동안 `회색도시`, `산업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고 이제는 대한민국독서대전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구미시가 10년 동안 진행한 `한책 하나구미 운동`이 어떤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알아봤다.

`한책 하나구미운동` 10년째 전개
북 토크 등 다양한 이벤트 큰 호응
시민 자발적 참여 독서문화 이뤄내

전국 지자체 중 열람석수 1위
회색·산업도시 이미지 벗고
명실공히 `도서관 도시` 자리매김

□ `한책 하나구미 운동`의 시작

구미시는 다른 도시와 달리 시민의 80% 이상이 일자리를 찾아 온 외지인들로 구성돼 있다보니 좀처럼 연대감을 조성하기가 어려운 곳이었다. 이에 남유진 구미시장은 책으로 시민들의 동일한 정체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책 읽기 운동을 제안한다.

평소 책 읽기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던 남 시장의 적극적인 권유로 2007년부터 `한책 하나구미 운동`이 시작됐다. 이 운동은 본래 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 시작된 `원 시티 원 북(One city One book)운동`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한 도시의 구성원 모두가 한 권의 책을 선정해 함께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자는 독서캠페인이다. 실제 시카고에서 `앵무새 죽이기`를 시민들이 함께 읽고 고질적인 인종문제를 극복하자, 책 읽기 운동은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구미시 외에 청주도서관과 부산시민도서관 등이 이를 벤치마킹해 책 읽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 책 읽기 운동은 시민 스스로

`한책 하나구미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가 참여해야만 했다. 구미시도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 `강요하는 책 읽기가 아닌 자발적인 독서참여 문화 조성`이었다고 말한다.

남 시장도 “좋은 책을 선정하고 배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민들이 책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임을 강조해 왔다. 구미시는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매년 올해의 책 선포식을 시작으로 독후감쓰기 대회, 책을 읽고 난 후 토론회, 북콘서트, 성과전시회 등을 진행했다. 특히, 올해의 책 선정은 후보도서 추천에서부터 선정까지 모두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지도록 했다. 시민들의 참여는 `한책 하나구미 운동`이 10년 동안 진행되는 큰 힘으로, 매년 참여하는 시민들의 수가 늘어갔다.

첫해인 2007년 올해의 책 선정에 참여한 투표자가 1만5천115명이었던 것이 지난 2016년에는 2만9천146명으로 거의 2배 가량 증가했다. 또 지난해까지 올해의 책 투표, 선포식, 북 콘서트, 독후감 행사 등에 참여한 시민들도 약 22만여명에 이른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한책 하나구미 운동`이 함께 책 읽는 독서문화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연도별 올해의 책에 선정된 도서는 `2007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2008 연어(안도현)`, `2009 너도 하늘말나리야(이금이)`, `2010 지도 밖으로 행진하라(한비야)`, `2011 책만 보는 바보(안소영)`, `2012 생각한다는 것(고병권)`, `2013 초정리 편지(배유안)`, `2014 여덟 단어(박웅현)`, `2015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설흔)`, `2016 모두 깜언(김중미)`등이다. 2017년 올해의 책은 현재 신청을 받아 시민 심사위원회에서 검토 중에 있다.

 

▲ 구미시가 마련한 `작가 강연회`에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 구미시가 마련한 `작가 강연회`에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 독서문화가 `독서 인프라` 구축으로

`한책 하나구미 운동`으로 책 읽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독서를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 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구미시에는 시립중앙도서관과 경북도립도서관 단 두 곳의 도서관 밖에 없었다.

하지만, 책 읽는 시민들의 요구와 책 읽기 운동을 전개한 구미시의 노력으로 현재 시립중앙, 인동, 상모정수, 봉곡, 선산, 경북도립 등 6개의 공립도서관을 지닌 도서관 도시로 발전했다. 내년 완공 예정인 양포도서관까지 건립되면 7개의 공립도서관을 갖추게 된다.

구미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작은도서관 2개, 2개의 도서실, 새마을 문고 37개 등을 갖추면서 열람석 수가 5천142석, 장서 수는 101만8천961권으로 전국 지자체 중 열람석 수 1위, 장서 수 2위를 기록하며 명실상부 전국 최고의 책 읽기 좋은 도시로 명성을 얻었다.

시는 또 도서관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이동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문앞 도서대출 서비스, 희망도서 신청, 도서대출 예약신청, 무인도서관 운영과 지체장애인과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대출도서 무료 택배 서비스, SMS 문자서비스 등도 운영하고 있다.

 

▲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과 MOU를 체결한 구미시.
▲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과 MOU를 체결한 구미시.

□ 대한민국독서대전 유치 추진

구미시는 10년 넘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고 있는 `한책 하나구미 운동`을 기반으로 올해 대한민국독서대전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지자체가 주관하는 대한민국독서대전은 독서의 달인 9월에 3일간 진행되는 전국 규모의 독서 박람회다. 또한 독서와 교육, 문화와 예술이 융합된 종합적 예술축제다.

구미시는 대한민국독서대전을 유치하게 되면 문체부에서 `책 읽는 도시`로 선포되고, 이를 통한 독서문화 활성화와 독서·출판 단체들의 네트워크 구축으로 관련 산업 발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시는 지난 8일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 유치를 위한 자문단을 위촉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특히, 남유진 시장은 지난 16일 미국을 방문해 `한책 운동`의 발상지인 시애틀 공공도서관과 MOU를 체결하고 `한책 하나구미 운동`과 교류하기로 합의했다.

또 야외도서관인 `스토리 팟(The Story Pod)`의 국내 최초 도입을 위해 지난 21일 캐나다를 방문해 토니 반 바이넌 뉴마켓 시장과 면담을 갖고, 양 도시간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스토리 팟 운영 노하우 등을 전해 들었다.

 

▲ `한책 하나구미 운동`을 위한 올해의 책 선포식이 열리고 있다.
▲ `한책 하나구미 운동`을 위한 올해의 책 선포식이 열리고 있다.

`스토리 팟`은 약 7㎡(1.8평)의 작은 공간에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곳이다. 주민들이 놓고간 책들을 다른 방문객이 빌려 읽고, 서로 자유롭게 기부도 하는 등 `순환 방식`으로 운영되는 작은 도서관이다.

구미시는 미국, 캐나다의 선진 도서문화를 벤치마킹 해 시민들이 실생활 속에서 더욱 쉽고, 가깝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독서문화 환경을 조성해나갈 방침이다. 구미시의 이러한 노력이 대한민국독서대전 유치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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