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서리가 내렸다

톱날 같은 날카로움이 섬뜩하다

가을은 더 오를 수 없는 절정에서 무너지듯

감나무 가지의 새소리처럼 냉랭하다

어두운 그림자로 빛나는 겨울 부릅뜬 눈으로

송림 사이 바람으로 뒤섞이며 상암천을 지나간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날개를 타고 상승하는 것은

쓸려가는 낙엽, 아니면 바람인가?

멀리 시청 지붕의 깃발이 너풀거린다

산길을 내려와 방문을 열자

방안 수석에 학이 날아내린 듯

평안한 고요가 심신을 안정시킨다

문 밖에는 찬바람 혼자 울고

생활 속에서 느끼는 냉랭한 초겨울의 분위기를 편안하고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 시다. 가을의 끝자락이 아직 남아있는 듯 쓸려가는 낙엽을 보고, 어두운 그림자가 내리는 도심을 바라보며 차가운 계절을 느끼고 있다. 움츠리고 닫히는 계절이지만 시인은 잠잠히 스며드는 평안함과 고요로 초겨울의 을씨년스러움을 극복해감을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