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병 근

영문도 모르는 눈망울들이

에미 애비도 모르는 고아들이

담벼락 밑에 쪼르르 앉아 있다

애가 애를 배기 좋은 봄날

햇빛 한줌씩 먹은 계집아이들이

입덧을 하고 있다

한 순간에 백발이 되어버릴

철없는 엄마들이

이 겨울의 끝을 물고 봄은 올 것이다. 민들레 곱게 피어나는 봄날 시인은 앙증맞게 피어난 민들레 꽃을 보며 곱고 이뻐서 눈 시리고, 엄동을 견뎌낸 싱싱한 생명력을 느끼고 있다. 봄은 모든 꽃과 처녀애들의 가슴을 부풀게 해 철없는 엄마가 되게 한다는 표현이 재밌다. 며칠 지나면 하얀 민들레 홀씨가 날리는 할머니로 변하겠지만 시인은 담벼락 밑에 쪼르르 피어난 민들레꽃들에서 희망을 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