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인

길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사물의 실체는, 늘 어둠 저 편에

웅크리고 있다. 파랗게 눈에 불을 켜고

족제비나 들고양이처럼

아스팔트에 묻어 있는 주검의 흔적이

때로는 머리털을 곤두서게 한다

확실하지 않은 미래를 향해

전조등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

달려온 세월은 너무 길었다

달빛 어슴푸레한 시골길

가로등 몽롱한 불빛의 포도

을씨년스러운 바람소리를 뚫고

세월의 막다른 골목까지

달려가야 할지도 모른다

평생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시를 써온 시인의 가슴이 젖어있다. 참교육 실현을 위해 애쓰며 아이들에게 사람답게 사는 법과 바르고 정의롭게 사는 길을 일러온 시인이다. 그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지난 세월 그러했듯이 지금도 여전히 확실하지 않은 미래가 우리 앞에 놓여있지 않는가. 그러나 결코 주저앉지 않고 캄캄한 밤 하늘 같은 현실에서 길을 찾으며 당당히 맞서고 있는 시인 정신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