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중 일

늘그막에 회전 톱에 손을 다친 친구

평소 거절을 잘 못하는 게 흠이 되어

아니할 고생까지 하며 사는 터라

병문안 가는 길이 걱정 한 짐이다

웃고 있는 친구 눈치를 살피다가

붕대로 감싼 손을 보니 내가 더 막막한 터

살기 바쁜 핑계로 한동안 보질 못했는데

어느 날 오죽 땅속줄기 몇 개를 구해왔다

잘려진 줄기가 뭉툭한 새끼손가락 같아

함부로 약속하지 말라는 뜻이라는

어떤 이의 우스개를 망으로 깔고

빈항아리에 흙을 채워 심어놓았다

대나무가 쑥쑥 자라듯 친구 손가락도 어느새 자라

말끔하게 되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며

깊은 항아리 속에서 새순이 올라오는지

매일 아침 코를 박는다

손을 다친 친구의 문안을 가다가 시인은 친구의 다친 육체적 아픔보다 살아오면서 다친 마음의 상처를 떠올리고 있다. 독하고 모질게 살아오지 못한 친구가 입었을 상처는 오히려 다친 손보다 더 깊고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른다. 새순이 나서 자라는 오죽처럼 친구의 다친 손은 치료가 되겠지만 가슴 속 깊은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