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성 학

예상 밖이다

누구나 예상은 하고 있지만

쏘아 떨어뜨려야 할 것들은

언제나 갑자기 날아온다는 사실

목표물은 한순간도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빈 하늘을 빠르게 횡단한다

허공에 걸린 표적을 향해 총을 겨눈다

그러나 내가 쏘는 것은

마른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비행체가 아니다

그가 도착하지 않은

몇 백분의 일초 후

그곳에 도착할지 아닐지 알 수 없는

허공의 한 점

불안과 희망이 만나는

무한한 공간과 찰나의 시간이 만나는 그 곳으로

총알을 마중 보내는 것이다

허공에 날아가는 표적물을 순간적으로 포착해 사격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클레이 사격이다. 시인은 무한한 공간과 찰나의 시간이 만나는 것을 떠올리고 있다. 불안과 희망이 만나는 무한한 공간과 찰나의 시간이 만나는 순간이야말로 희열을 느낄 수 있고 행복감을 느끼지 않겠는가. 우리네 삶이란 때로는 이런 클레이 사격 같은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