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 한

어느 날 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10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밥상을 차리고 계신다 10년 전보다 20년은 더 젊어진 어머니는 콩나물 무치던 손으로 이제는 늙어버린 내 손을 밥상 앞으로 잡아끈다 왜 이렇게 늦은 거냐, 밖에서 또 놀다 온거냐? 젊은 어머니의 잔소리를 참아내며 늙은 내가 밥을 먹는다 어머닌 참, 내가 아직도 어린애인줄 아세요? 그럴 때마다 이놈 자식이, 어머니의 싱싱한 손이 낡은 내 엉덩이를 후려친다 너는 커서 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냐? 어머니, 난 이미 어머니만큼 살았고, 인생의 절반을 시인으로 살았으면 됐지, 뭐가 또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도 이놈이, 밥 흘리지 말랬더니, 그거 다 저승 가서 먹어야 해! 어느 날 부턴가 다 낡은 나에게 싱싱한 어머니는 죽지도 않는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히 새겨져 있는 작품이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의 그 고운 손과 얼굴 모습을 떠올리며 사랑과 정성의 세월들을 되씹고 있는 것이다. 평생 시인으로 살아온 시인도 이제는 생전의 어머니만큼 늙었지만 시인의 눈 속에, 가슴 속에는 오로지 자식을 생각하며 한 생을 살다가신 헌신적인 어머니를 놓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