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송 자

그 자리

그 자리가 맞나,

시린 바람의 문 열어본다

스치는 건 수많은 빛들

와 닿는 건 성난 파도들

들리는 건 눈물의 연가

푸른 귀를 열어

저기

하늘소리 들어보라

사정 없이 한 생을 관통하는 것이 있다. 멈추지 않고 전 속력으로 우리를 뚫고 지나는 것이 있다. 세월이다. 시인은 바람이 시간을 몰고, 몰려가는 것이라 믿고 있는 듯하다. 그 엄청난 속도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해 인간들은 바쁘기 짝이 없다. 우리들 곁에서 우주는 우주대로 별빛을 내려보내고 정법대로 운행하고, 자연은 자연대로 파도를 밀어올리며 꽃들을 피우며 낙엽들이 떨어지게 하며 순리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어떠한가. 알량한 울타리를 치고 순리를 거스르고 역행하고 있지 않는가. 시인은 우리에게 푸른 귀를 열어 하늘의 소리, 우주와 자연의 자연스러운 순리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라고 회초리를 대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