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병 무
늦은 아침 호주머니에서 나온
병뚜껑 하나
구부린 엄지와 집게손가락 사이에서 반으로 접힌
알리바이를 갖고 있는
오비라거 병뚜껑 하나
어두운 호주머니 속에 갇혀 있다가
내 손가락에 잡혀 올라와선
죽은 조개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일상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일화에서 시인은 시간을 읽어내고 있다. 출근길의 호주머니 속 병뚜껑 하나에서 지난 밤의 시간에 대한 알리바이를 추적하고 있다. 출근길이라는 목적성과 유용성, 확실성이라는 시간과 개방성과 모호성, 불확실성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밤의 시간을 대비하는 재미난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