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옥 이전 앞둔 `에스포항병원`
김문철 병원장에게 듣는다

▲ 시간이 흐를수록 몸집은 자꾸 커지는데 몸에 맞지 않는 작은 옷을 입은 것 같아 확장 이전을 결심했다는 김문철 원장은 의료서비스의 품질은 유지하면서 진료영역을 넓힐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음주 에스포항병원(병원장 김문철)의 주소가 바뀐다. 지난 20일 김문철 병원장를 만나 에스포항병원의 새 거주지를 둘러봤다. 오는 31일 진료 개시에 맞춰 이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건물 입구에는 병원 이름보다 더 긴 `가치 있는 일을 좋은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하는 병원`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포항시 남구 `희망대로`로의 이전을 앞두고 김 병원장의 눈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단순한 확장이전 아닌 다양화 추구
혈관센터·척추센터 각각 병원 승격
부서 통폐합 등 조직구도 개편 계획

병원 존재의 이유는 환자 위한 것
직원이 맘 편해야 서비스 질 높여
도서관·브런치룸 등 복지 늘릴 것

-개원 10년도 채 되지 않아 병원 규모가 꽤 커졌다.

△지역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병원으로서 뇌·척추 질환 전문병원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 8년간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고 어느 정도 입지도 다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집은 자꾸 커지는데 몸에 맞지 않는 작은 옷을 입은 것 같아 확장 이전을 결심했다. 단순히 북구 죽도동에서 남구 이동으로의 장소 이전이 아니라, 운영방향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년엔 병원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으로 여러 날을 지새웠다. 주위에서는 확장 이전을 두고 뭔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말하지만, 전혀 의도한 게 아니다.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뜻인가.

△우리 몸의 모든 혈관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 뇌졸중은 반드시 심장이나 하지동맥 혈관 문제를 동반한다. 뇌혈관뿐만 아니라 몸속의 모든 혈관을 동시에 치료해야 할 임무가 있다고 느꼈다. 덩달아 치매, 파킨슨병을 치료하기 위한 기술이나 인력도 필요했다. 척추도 마찬가지. 허리가 안 좋은 사람은 무릎도 아프다. 목이 아픈 환자는 어깨 관절의 통증을 호소한다. 환자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나도 눈치 못 챈 사이 진료범위가 넓어지고 해당 분야의 전문의도 자연스럽게 모였다. 환자를 잘 치료하기 위한 흐름을 따르다 보니 이 자리까지 왔다. 최근에는 인근에 대학병원을 둔 영천, 경산지역에서도 환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내부 조직의 변화도 예상되는데…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오는 3월께 조직구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혈관센터와 척추센터를 각각 병원으로 승격시키고, 부서 통폐합 등 세분화를 통해 전문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진료과목별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로써 굉장히 빠른 시간 내 병원이 성장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내·외부적인 변화 속에서 고수하는 것이 있다면.

△의료서비스의 질이다. 퀄리티(quality)를 유지하면서 진료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주로 뇌·척추 질환을 앓고 있다. 확장 이전을 하더라도 주요 환자는 동일하다는 뜻이다. 진료범위를 넓힌 와중에 집중력을 흩트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가 나서 전인적 치료를 맡을 것이다.

-새 병원의 자랑거리가 많을 텐데….

△어린이집 얘기부터 해야겠다. 병원보다 어린이집을 더 잘 지었다. 과거 20명에서 이젠 40명 수용이 가능해졌다. 교사도 더 뽑았다. 25억원 정도, 돈도 엄청 들었다. 자재부터 놀이시설 등 신경을 많이 썼고 그만큼 자랑스럽다. 사실 직원들의 만족도가 생각 그 이상이다. 병원에 대한 신뢰는 물론 업무 집중도가 높아 일의 효율성도 커졌다. 입사 후에 결혼하고 아이 낳는 직원들도 크게 늘었다. 나부터 직원들한테 병원 안에서 짝을 만나 사귀고 결혼하라고 부추기니.

-2년 전 인터뷰 당시 사내커플 7호까지 결혼에 골인했었는데 그동안 얼마나 늘었나.

△지금은 두자릿수를 넘는다. 이혼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웃음).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둘씩 낳은 부부도 많고. 직원 자녀를 모두 어린이집에 수용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유치원도 만들어달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실제로 한번 알아봤는데 어린이집과는 달리 갖춰야 할 부분이 너무 많고 규정도 까다롭더라. 그 대안으로 새 병원에 도서관을 만들었다.

-도서관이 있는 병원은 처음 들어봤다.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을 고민하다 6층에 도서관을 만들었다. 병실이 없는 층이라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터가 될 것이다. 공부를 하고 책도 읽으며, 원어민 영어교사가 수업도 한다. 세미나실에는 빔프로젝터를 설치해 영화 감상도 할 수 있다. 일정이나 프로그램은 다양하게 기획하기 나름이다. 엄마 입장에서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 내 아이가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것도 좋은 환경에서. 그 직원은 내가 일하라고 하지 않아도 열심히 일한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브런치룸이 화제다.

△내 경험에서 나왔다. 수술하고 나면 식사시간을 놓치기 일쑤다.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늦게나마 밥을 먹으면 국도 식고, 반찬은 퍼지고. 식당 직원에게 미안해서 밥을 안 먹고 간단히 때울 때도 있다. 언제든 직원들이 아무 때나 식당에 가서 편하게 끼니를 해결하도록 하고 싶었다. 식사 때만이라도 편하게 앉아 서로 이야기 나누고, 밥이 아니더라도 과일이나 빵 등 간식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브런치룸을 생각했다. 포항은 물론 국내에 브런치룸 있는 병원은 아마 없을 것이다. 1인 1실 기숙사도 제공한다. 조만간 게스트하우스도 만들어 손님들이 숙소 걱정 없이 짐 두고 편안하게 둘러보며 머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직장인들에겐 천국으로 불릴만한 직장이다. 이렇게까지 직원복지에 공들이는 이유는.

△주변에서도 내가 노조위원장도 아니고, 직원들에게 왜 이렇게 퍼주느냐고 난리다(웃음).

결국 환자 때문이다. 이 병원의 존재 이유는 환자를 위해서다. 아무리 내가 수술을 잘해도 직원의 말 한마디, 태도 하나에 환자의 기분이 상할 수 있다. 환자가 가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야 하는데 이는 직원의 언행에 따라 좌우된다.

사내에서 친절교육 아무리 해도 직원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내가 일하는 직장에 내 아이가 있고, 먹고 싶을 때 마음껏 먹고. 마음이 편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를 달래고 보듬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반대로 직원이 늘 불만에 차 있고 스트레스 받으며 아이 걱정하느라 칼날까지 곤두서 있다면, 환자의 말 한마디에 폭발할 수 있다. 내가 아무리 수술 잘해놔도 아무 소용없는 것이다.

-이 같은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려는 지역 병원이나 국내외 기관은 없었나.

△모든 내용을 오픈해 둔 상태인데도 아직까진 없었다. 사실 우리 병원의 복지부문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병원장들이 안 좋은 시선을 갖고 있다.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으로 여기거나 내가 `아직 어려서 경험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지금 이 마음을 유지할 것이다. 실제로 직원들이 잘 따라오고 있고, 피드백을 반영해 잘 추진하고 있으며 내가 가장 많은 애정과 에너지를 쏟는 부분이다.

-직원은 얼마나 늘었나.

△개원 당시 70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전체 직원 수가 350명이다. 올해 간호사나 스태프 등을 더 고용하면 곧 4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 확장을 두고 자금출처에 대한 각종 소문도 나돈다.

△본업에 충실해 신뢰를 쌓으면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사실 우리 병원도 어렵다. 기본적으로 저(低)수가 인데다 지난 8년간 수익보다 빚이 더 많이 쌓였다. 병원장들 모아 놓고 순자산 규모를 순위로 매기면 내가 꼴찌인데, 빚으로만 따지면 일등이다. 내가 제일 가난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나를 홀대하진 않는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자산이 아니다. 내가 가진 가치와 철학으로 지역사회에 얼마나 헌신하고 봉사하느냐에 따라 훗날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사람은 누구나 각자 역할이 있다.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병원의 존재가치로 따지면 지역사회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른 병원은 하지 못하는, 우리 병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빚 밖에 없는 상태서 수십억원 어치 장비를 사들이고 병원을 확장하는 것은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다. 돈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가치 있는 일을 좋은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하는 병원`이 바로 그런 의미다.

-새 병원의 진료개시를 앞두고 기대감은.

△오픈 전에 병원을 한번 둘러보고 싶다는 병원장들이 많다. 그만큼 주위의 관심이 뜨겁다. 기대가 클수록 숙제도 많아졌다. 와중에 처음에 병원을 하고 싶었던 그 마음을 늘 되새긴다.

처음 내가 병원을 시작했을 때의 `첫사랑`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새 병원이 참 잘 될 것 같다.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 중심을 더 잘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다.

척박한 사회에 따뜻한 기운과 온기가 퍼져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좋은 의료기관으로서 평가받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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