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대권주자 릴레이 분석
(4)김문수 새누리 비대위원

2017년 정치권의 시선은 온통 조기 대선 성사 여부에 쏠리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에 따라 대선 시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헌재가 180일 이내 탄핵을 인용한다면 `벚꽃 대선`이 현실화된다. 더구나 대구·경북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보수여당인 새누리당이 26년 만에 분열되면서 4당 체제로 바뀌었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바른정당 입당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대선 판도는 요동치고 있다. 경북매일신문은 2017년 대선 정국을 맞이해 대구·경북 대선 주자들에 대한 분석을 싣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김관용 경북지사에 이어 마지막으로 새누리당 김문수 비대위원의 대선 경쟁력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학생·노동운동가 출신에 국회의원·경기지사 등 `다양한 이력`
지자체 중 경제분야 최대실적 입증 등 국가경영에 자신감 충만
보수 텃밭 TK서 고배 `반면교사` 삼아 `새누리 명성 회복` 앞장


새누리당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은 스토리가 있는 정치인이다. 험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길을 걸었고,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이력까지 갖췄다. 명실상부한 사회주의자이자 노동운동의 지도자였지만 사회주의 붕괴를 지켜보며 보수 세력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 사연 많은 김문수

김 비대위원은 고3때 3선 개헌 반대를 주도하다 무기정학을 받았고, 대학생활에 실망해 사화과학동아리인 `후진국사회연구회`에 가입해 활동했다. 광주 대단지 등 빈민 대상 사회조사를 하면서 사회현실에 실망했다. 그는 대학 2학년 때부터 학생운동에 적극 참여했다가 제적당했다. 이에 대해 김 비대위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190명의 대학생을 제적시켰고, 나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 장티푸스에 걸려 시골 가서 40도가 넘는 고열에 연일 피를 쏟고 누워있을 때 제적이 됐다”고 회상했다.

학교에서 제적당한 김 지사는 고향에서 야학과 농민운동을 펼쳤지만 쉽지 않았다. 동네 어른들을 상대로 농촌계몽운동을 하다보니 어느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가 강해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고(故) 김근태 전 장관 등의 영향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고, 김 전 장관의 주선으로 구로공단에 취직했다. 또 청계천 노조 간부들에게 노동법을 가르치며 노동현장 분위기를 익히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활동으로 인해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사회로 나온 김 비대위원은 혼란스러웠고, 진로에 대한 고심도 더욱 깊어졌다.

결국 민중당을 결성, 합법적인 정당운동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단 한 석도 얻지 못해 `김문수의 첫 번째 도전`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민 인사는 바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그에게 영입되어 보수정당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딛게 됐고,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 보수정당의 대표적인 대권 잠룡으로 성장하게 됐다.

◇ 김문수만의 대선 경쟁력

경기도지사 시절 그가 보여줬던 행정능력은 대권 잠룡으로 급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김 비대위원도 이 점이 자신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경북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통령의 자질이 매우 중요하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선진국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 국가 리더십은 우선 유능한, 검증된 리더십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선진국인 미국은 대통령들이 거버너(주지사)들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며 “미국은 검증된 행정 경험을 중시한다. 국가 리더십은 똑똑해야 하고, 최소한 지방자치단체 등 작은 정부를 이끈 경험이 있어야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지금 경제위기, 안보위기, 인구위기 등에 갇혀 있다.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없다. 검증된 리더십이 차기 국가 리더십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은 “일자리 창출, 기업 유치, 투자 유치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살리기는 검증된 리더십이 가장 필요하다. 이론보다는 생생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실전이 절실하다. 정치인 출신들은 이론만 난무하다. 실전과 이론은 너무 다르다. 민생 경제 살리기도 역시 실전, 즉 해본 사람이 더 실질적인 일자리를 늘린다”며 “저는 대한민국의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를 8년간 이끌어 보았다. 특히 일자리, 기업·투자유치 등 경제분야에서도 국내 지자체 중 최대 실적을 거둬 보았다. 이론과 말이 아니라 실천과 실적으로 검증받았다”고 자평했다.

청렴하다는 점도 김 비대위원만이 가진 강점이다. “청렴영생 부패즉사(淸廉永生 腐敗卽死): 깨끗하면 영원히 살고, 부패하면 즉시 죽는다”라는 말을 만들었을 정도다. 이 덕분일까. 경기도지사 시절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한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에서 경기도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청렴을 강조해왔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작품으로 유명한 김진명 작가는 “전 이 나라의 모든 지도자, 모든 정치인을 만나봤지만 그 중 가장 훌륭했던 분은 김문수라 확신한다. 그는 현재는 물론 과거를 통틀어서도 이 나라에서 가장 청렴한 정치인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비대위원은 “검증된 리더십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청렴이다. 대한민국 역대 정권은 어김없이 대통령 또는 측근 비리로 얼룩져 왔다”며 “아무리 검증된 리더십을 가져도 대통령 또는 그 주변이 썩었으면 국가경영이 잘 될 리 없다. 대통령부터 `청렴영생, 부패즉사`의 청렴도가 요구돼야 하며 대통령이 깨끗하면 그 주변에 흙탕물이 일 수 없다”고 피력했다.

◇ 보수로부터 외면 당해 내리막길

지난해 4월 그는 대도박을 시도했다. 수많은 지역구 중 국민적 관심이 큰 대구지역 총선출마를 선택했다. 총선 승리를 넘어 대권 가도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도였다. 여권 잠룡으로 꾸준히 오르내렸던 김 비대위원이 승리한다면 야권 차기 대권 주자를 눌렀다는 존재감과 동시에, 보수의 심장을 지켰다는 상징성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대구 수성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일부는 `여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대구를 선택한 것을 비판했고, 총선 내내 수도권 차출설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김 비대위원은 수성갑이 험지라며 절대 쉬운 지역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차기 대권 주자로 여권의 심장부인 대구에서 야권의 잠재적 대권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에게 패하면서 정치적 책임론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들은 “경북 영천 출생으로 경북고를 나왔으니 대구와 무관하지는 않지만 대구지역에서의 기반이 없다”며 “오랫동안 지역 표심을 다진 김부겸 의원에 비해 김 비대위원은 국회의원 지역구도 모두 경기도 부천이었고, 경기도지사를 2번 연임하는 등 경기도에서 주로 활동했다. 특히 수도권 규제완화론 등 경기도지사 시절 보여줬던 행보도 지역에선 마이너스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 비대위원 역시 “최근 총선에서 떨어진 게 지지도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시험이나 선거에서 떨어져본 적이 없다”며 “겪고 나니 많은 점을 깨닫게 됐다. 더 겸손하게 민생과 국가적 어려움에 내 목소리를 내면 국민들이 다시 주목해 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 출발점에 다시 서다

그런 그가 다시 한 번 뛰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을 구할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원으로 임명됐다. 인적쇄신 등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개혁하도록 목소리를 낸다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선 후보로서도 재도약할 수 있다.

또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의 민심을 회복하는 것도 관건이다.

대구·경북(TK)의 민심을 얻지 못하고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김 비대위원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금 1년 6개월째 대구 수성구에서 아내와 살고 있다.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고향 대구·경북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해 많이 고심 중”이라며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에서 집권여당 새누리의 명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3년 간 오로지 공천심사위원장, 보수혁신위원장 등 새누리에서만 올곧게 개혁 정치를 해온 만큼 비대위원으로서 인적 청산, 정책 혁신을 이뤄 대구·경북에서 새누리의 자존심을 반드시 우뚝 세우겠다”며 “이 당 저 당 옮겨다니는 정치인이 대구·경북의 정치 혁신을 이루겠다고 말을 하면 신뢰할 수 있겠는가. 신의를 매우 중시하는 대구·경북민들에겐 언감생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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