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서 무함마드 유누스란 출중한 인물이 나타났다. 그는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따고 돌아와 교수가 됐지만 곧 회의에 빠졌다.

“경제학 가르쳐봐야 굶어 죽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널렸는데….” 고민하다가 교수직을 버리고`그라민(작은)은행`을 열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것을 밑천 삼아 돈벌이를 하게 했다. 가축도 키우고, 대나무 소쿠리도 만들어 팔았다. 담보물은 없었지만, 회수율은 99%였으며, 굶어 죽은 사람이 점점 줄었다. 그는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정당을 꾸리고 대통령 선거에 나섰는데, 상황은 전혀 달라졌다. 수많은 `적`들이 생겼다. 사사건건 물고 늘어져 소송을 걸었다. 전에는 `칭송`받을 일이 이제는 `비판`받을 불법으로 변했다.

대선 기간 내내 그는 사법기관에 출두하느라고 선거운동을 못 했다. 경찰, 검찰, 법원에 매일같이 불려다니다가 결국 중도 포기하고 말았다. 정치에 대한 혐오감도 있었지만, “감옥에 가겠느냐, 집에 가겠느냐” 택일하라는 적들의 회유에 굴복한 것이다.

유엔사무총장 등 외교분야에서만 줄곧 살아온 반기문 대선 주자가 요즘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임명직으로 일생을 보낸 그는 선거에 대한 경험이 없다. “어느 계파와 손을 잡느냐” 결정도 못 했으니 사실상 우군(友軍)도 없다. `무함마드 유누스의 고뇌에 찬 험로`를 그는 지금 걷고 있다. 선친 묘소에 묘사 지내는 장면을 두고도 갖은 독설을 다 퍼붓는다. 음복술을 마시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기본 예절도 모르는 사람” “하는 짓마다 어색하고 어설프다” 비난한다.

공항철도 표를 무인발매기로 살 때 1만원권 두 장을 한꺼번에 넣는 장면을 수시로 보여주며 “서민층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비하한다.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한 마디 쓸 때도 외워서 쓰지 않고 메모지를 보고 썼다가 “그것도 커닝하냐”고 구설수에 올랐다.

문재인 민주당 주자는 `사드 배치`에 대해 처음에는 “다음 정권에서 처리”라며 사실상의 `반대 입장`에 섰다가,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사드 배치 결정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로 말을 바꾸어서 곤경을 자초했다.

그의 안보관을 염려하는 민심은 내내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 예상된다.

야권 주자들조차 “표를 계산해서 말을 바꾸면 안 된다”라고 비판을 한다. 그는 또 “박근혜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의 가장 큰 실패는 편가르기”라 했다가 당장 “편가르기의 원조가 누구냐. 본인들부터 반성하라”란 반격을 맞았다.

`권력을 향한 전쟁`인 선거전만큼 치사하고 더러운 전쟁이 없다.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더 그렇다. “뭣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짓”은 오히려 표를 잃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