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초월성장 폴 사르트르민음사 펴냄·철학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1980)의 첫 번째 철학 저작인 `자아의 초월성`(민음사)이 국내 초역 출간됐다.

`자아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의 근본 질문에 대해 사르트르는 자아가 행위의 배후에 있는 모종의 주체가 아니라, 의식의 활동을 통일하는 초월적 대상이라고 논한다. 이러한 새로운 자아개념은 자아의 본질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음을 함축한다는 점에서 “인간에게는 실존이 본질에 선행한다”라는 사르트르 사상의 핵심 명제를 예견하고 있다.

1933년, 사르트르는 후설을 연구하기 위해 독일로 떠났다. 베를린에서 유학하는 동안 후설의 현상학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독자적인 의식 이론을 펼친 결과가 곧 1936년에 출간된 사르트르의 첫 번째 철학서`자아의 초월성(La transcendance de l`Ego)`이다. “모든 의식은 무엇에 `대한` 의식이다”라는 사르트르의 유명한 명제가 등장하는 이 책은`존재와 무`라는 현대 철학의 대작을 예비한다.

근대 철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도정에서 더이상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토대를 사유 주체인 `나`에서 찾았다. `나는 생각한다(Cogito)`에서 출발한 데카르트 이래 철학의 화두였던 `나`는 세계 전체를 자기 자신으로 환원하고, 타자를 알 수 없는 것으로 기각할 위험을 늘 수반했다.

`자아의 초월성`은 이러한 주관적 관념론 또는 유아론을 비판하며 윤리적·정치적 실천을 위한 새로운 토대를 찾으려는 사르트르의 지향이 초기부터 일관적으로 견지됐음을 보여준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자아는 의식 속에 사는 `거주자`와 같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대상이다. 자아는 의식의 모든 활동을 통일하는 초월적 대상이다. 우리의 모든 상태, 행위의 배후에 존재하는 자아란 허구이며, 자아는 오로지 반성을 통해서만 출현한다는 것이다. 나, 나의 의식, 나의 내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서양 전통과 결별하며 `내적 삶`에서의 해방을 추구한다.

`자아의 초월성`의 1부는 칸트에서 시작한다. 칸트는 주지하듯 모든 표상들의 통일 원리로 작용하는 초월적 통각을 상정했다. 사르트르는 이러한 칸트의 해결이 `사실`의 차원까지 미치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여기에서 후설의 현상학을 가져온다.

이어 2부에서는 자아의 구성이 본격적으로 검토된다. 자아 또는 의식과 혼동되곤 하는 `상태`, `행위`, `성질` 등의 요소를 철저히 분석하는 가운데 사르트르의 자아론이 제기된다.

“자아는 모든 상태들, 행위들, 성질들의 통일이라 할 수 있으며, 그 자체 초월적인 것이다. 그리고 자아의 본질적인 기능은 실제로 이론적이라기보다는 실천적인 것이다.”(127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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