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성모병원 산부인과 김도균 주임과장의 진료실 이야기
(1) 자궁내막증

자궁은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장기(臟器)이다. 매월 난소에서 배란 된 난자는 나팔관을 통해 정자를 만나 수정이 되고, 자궁 중앙으로 이동 후 자궁내막에 착상해 성장 10개월이 지나면 신생아가 태어난다.

자궁은 대부분 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맨 안쪽 태아가 자라는 공간을 구성하는 자궁내막 세포는 임신이 되지 않으면 매월 떨어져 나와 피와 함께 질 밖으로 배출된다. 이것이 생리혈이다.

난소 자궁내막 제거 수술과 함께
방광·직장 일부 절제하거나
골반신경 박리 수술도 동반해야
근원적 치료 가능한 복잡한 병


문제는 자궁내막 세포의 일부가 나팔관을 통해 골반으로 들어가 주변 조직인 난소, 나팔관, 골반의 복막 등에 뿌려지면서 발생한다. 골반에는 소화기관인 소장, 대장, 직장이 있는데 자궁 후벽이나 직장과 매우 가깝다. 자궁내막 세포들이 잘 자라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자궁내막 세포가 직장과 자궁경부 후면 사이의 깊은 공간이나 자궁을 유지하는 인대, 방광, 직장, 대장, 맹장 등에 기생해 자라면 문제는 더 커진다.

흔히 여성들의 생리 기간에 변비, 설사, 복통, 소화불량, 배변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내과에서는 장염으로 오진할 수 있다. 이는 척추에서 허리와 다리로 이어지는 가느다란 신경들이 직장 주위에 위치하고 있어 염증을 일으키고, 유착으로 인해 허리 통증, 다리 저림, 밑이 빠지는 듯한 통증, 배변통, 골반통, 성교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통증을 느낀 여성들은 신경외과나 한의원을 찾는 경우가 흔하지만 증상의 호전은 일시적일 뿐이다. 생리혈과 염증성 변화로 직장과 자궁 후벽이 유착되고, 유착 아래 부위에서는 매월 출혈과 염증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는 방광염으로 오해받는 것이다. 골반에는 방광이 있다. 방광 표면에 있는 자궁내막 세포들이 출혈과 염증을 일으켜 빈뇨, 배뇨 시 통증을 일으켜 방광염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증상에도 불구하고 자궁내막증은 초음파나 CT, 심지어 MRI로도 진단되지 않아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

그나마 약물치료로 증상이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해 끙끙 앓고 있는 심각한 자궁내막증 환자들이 국내 어림잡아도 10만명 이상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골반에는 비뇨기과, 외과, 내과, 산부인과적 장기들이 있으며 골반신경을 비롯해 수많은 혈관들이 혼재하고 있는 복잡한 공간이다. 실제로 모든 골반의 깊숙한 부위까지 침투한 심부 자궁내막증을 뿌리째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 난소의 자궁내막만 제거하는 선에서 수술을 마무리하는 병원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모든 증상은 난소의 자궁내막증 때문이 아니라 다른 모든 부위의 깊은 병변들이 원인이다. 따라서 난소만 치료한다면 생리통, 골반통, 허리 통증, 다리 저림, 배변통, 밑이 빠지는 통증은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비뇨기과, 외과적 관련 수술 즉, 끊어진 요관을 이어주고 방광 일부를 절제하며 직장 일부를 절제하거나 골반 신경들을 박리 하는 수술을 산부인과적 수술과 함께할 수 있어야 근원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능력을 갖추기는 과연 쉬울까? 내 대답은 `매우 매우 어렵다`이다. 어쩌면 이 질환을 치료하는데 흥미를 느끼고 몰두한 순간부터 나의 고단한 인생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주변에서는 수많은 장기(臟器) 중에 하필 자궁에 관심을 갖고 한우물을 판 나를 두고 `희한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그동안 10년 넘도록 이 분야만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 몰두해왔다. 그래서 비뇨기과 수술도 외과 수술도 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감히 골반 깊숙이 자리한 자궁내막증 병변들을 완벽히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산부인과 의사가 직접 직장을 제거하고 이어주는 수술이 종종 시행되고 있는 브라질까지 다녀왔다. 그만큼 갖추어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그렇게 자궁내막증을 파헤치기 위한 험난한 수술적 치료 세계에 뛰어든 후, 힘든 병변을 지닌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2차, 3차 복강경 수술에도 재발하거나 직장, 요관, 심지어 골반신경까지 증상이 퍼져 너무나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보았다. 다음에는 진료실 안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려고 한다.